TO 김건정 님 : 이럴루가 그럴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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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br>=======================================<br> 이럴루가 그럴루야 - 달아 달아 (5) -: (김건정 , 2001 12 18)<br> <P> </P> <P>이렇게 바다앞에 서면 늘 가슴이 뛴다.<BR>어려서부터 미지에 대한 동경과 까닭모를 향수에 가슴저리곤 했다.</P> <P>저녁놀이 탄다. <BR>붉은 빛으로 하늘과 바다가 온통 물들었다. 황금빛 새털구름이 눈부시다.<BR>멀리 수평선 마루 너머 돛단배 실루엣이 저으기 한가롭다. </P> <P>어스름한 어둠이 깃든 편안함에서일까 그녀 무릎을 당겨 베고 누웠다.<BR>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BR>사랑하는 사이에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저 곁에 있음이 행복인데. </P> <P>멀리서 은은한 노래 소리가 적막을 가른다. 끊길듯 말듯 바닷바람에 실려 애처로이 퍼진다.<BR><FONT face=바탕>'달아달아 밝은 달아 ~♬ 이태백이 놀던 달아 ~♪'</FONT></P> <P>퍼뜩 상념에서 깬 내가 말했다.<BR>"영화야, 저 노래소리 들리지? 저기 말하는 달이 저 달인 줄 아니?" 하고는 잔솔가에 걸린 달을 가리켰다. <BR>이제 갓 나온 달은 푸르름에 감싸있다. 상큼한 비누 내음이 풍기는 듯하다.<BR> <BR>"그럼 틀리단 말인가요?"<BR>"응. 거기에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틋한 전설이 있어." <BR>"어떤?" </P> <P>눈을 반짝이며 내려다 본다.<BR>어느 시인이 그랬지. 경포대에는 달이 다섯개가 뜬다든가. 그 중 제일은 님의 눈속에 있는 달이리라.<BR>이렇게 초롱한 눈망울 속에 있는... </P> <P> ----- * ----- * -----<BR>조선 숙종 때 평양에 <STRONG>달(澾)</STRONG>이라는 기녀가 있었다. <BR>그녀는 달덩이같은 얼굴과 요염한 자태, 서화 및 기예가 황진이 못지않았다.</P> <P>어느날 중국에 동지사로 가는 사신이 이 곳을 지나다가 소문을 듣고 찾아와 하룻밤을 지새우게 되었다.<BR>그는 달의 아름다움과 기교에 취해 세월가는 줄 모르고 물경 한달이라는 시간을 머물렀다.<BR>어느날 퍼뜩 사명을 깨달은 그는 서둘러 북경으로 떠날 채비를 하였다. <BR> <BR>이윽고 달을 불러 이르길,<BR>"내 북경에서 급히 일을 봐야 하느니라. 귀경길에 다시 와서 널 한양으로 꼭 데려가마." <BR>"가지 마시와요."<BR>"아니, 국운에 관계된 일이다. 늦어도 연말까지는 돌아오마." <BR>"그러시다면 얼른 돌아오세요. 그리고 이 정표를 갖고 가세요."<BR>하고는 옥비녀를 뽑아 건네주었다. </P> <P>그는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돌려 북경에 도착하여 성공적으로 사신으로서의 임무를 끝냈다. <BR>귀국길에 불행히 마적에게 첩자라는 누명으로 붙잡히게되어 갖은 고초를 겪게 되었다.</P> <P>해가 바뀌어 누명이 벗겨져 풀려나 서둘러 평양에 도착하니 어느 덧 정월 대보름. <BR>명절 분위기로 온 동네가 훈훈하다. </P> <P>나는 걸음으로 달의 집 싸리문을 들어서매 그녀 어미가 통곡을 하며 그를 맞는다. <BR>연유를 물으니 풍문에 그가 죽은줄 알고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전 죽었다는 얘기였다.<BR> <BR>그가 묘소를 찾아 통곡하며 가로대,</P> <P>"<STRONG>다라달아(多拏澾娥)" </STRONG>==> (多:많을다, 拏:붙잡을라, 澾:미끄러울달, 娥:예쁠아:: 많이 붙잡던 예쁜 달아)<BR> < 가지말라고 애원하며 붙잡던 우리 예쁜 달아 > <BR>"<STRONG>발근달아(發根達兒)" </STRONG>==> (發; 쏠발, 根:뿌리근, 達:통할달, 兒:아이아:: 물건을 세우는데 통달한 아이야)<BR> < 그대 앞에만 서면 날 크게 만드는도다. > <BR>"<STRONG>이태배기(梨態徘技)" </STRONG>==> (梨:배꽃이, 態:태도태, 徘:노닐배, 技:재주기:: 배꽃 자태와 노니는 기교로써)<BR> < 배꽃같은 용모와 몸녹이는 솜씨를 두루 갖추어 ><BR><STRONG>"노돈달아(路沌澾兒)" </STRONG>==> (路:길노, 沌:어두울돈:: 갈길을 어둡게 만들던 달아)<BR> < 떠나던 마음을 어둡게 하던 우리 달아. ></P> <P>그리고는 사흘 밤낮을 떠나지 않고 울다가 묘지위에서 죽게되었다.<BR> <BR>이를 기려 사람들이 세운 추모비는 평양 을밀대 옆에 아직도 있어, 애절한 사랑을 일깨우며 <BR>후세 연인들의 옷깃을 여미게한다.<BR> ---------------</P> <P>스커트를 통해 따뜻한 체온이 전해 왔다. 햇솜처럼 포근한 달빛이 온몸을 감싼다.<BR>달빛에 취해선지 나른함이 밀려왔다. <BR>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풀벌레 소리에 얼핏 깨니 배위에 마후라가 덮혀있다.<BR> <BR>영화가 혼자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BR><FONT face=바탕>'저달속에 ♪ 계수나무 박혔으니 ♬'</FONT></P> <P>"계수나무가 무슨 뜻인줄 아니? 그 관리가 죽은 자리에 나무가 자랐거든. <BR> 후세 사람들이 그들을 애도해 <STRONG>기애수</STRONG>(紀愛樹:사랑을 기리는 나무, 紀:벼리기, 愛:사랑애, 樹:나무수) 나무라 불렀지."</P> <P>말을 마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숨이 가느다랗게 느껴진다.<BR> <BR>달은 이미 저만큼 흘러 은하수를 지나고 있다. <BR>언뜻 영화 눈속의 달이 물기를 머금었다. 그 달속에 내가 있다. <BR>잔잔한 별빛이 흐르는 밤이다. <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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