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사람    메일 보내는사람    메일 제 목 본문작성 HTML       <br><br>=======================================<br> 훈이 생각: (김건정 , 2003-03-11(화))<br> <P>엊그제 훈이가 형(42회)이 신장이 안좋은것 같다는 얘길 했다. 나는 한번 만났었는데 과묵하고     단아해 뵈는게 전형적인  충청도 선비같다는 느낌을 받았다.</P> <P>오늘 훈이가 제 심경을 담은 메일을 보내왔길래 올린다. 본인 허락없이 무단 게재 하지만 양해하리라 믿는다.            -----------------------------------------------------------------------------------</P> <P>형으로부터 목요일 수술한다고 연락이 왔다.   <BR>얼마전부터 그러리라 얘기는 들어왔지만 크게 슬프거나 놀랍지 않은게 이상했다.  <BR>아니면 전화기 넘어 들리는 담담한 말투가 그리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P> <P>전화를 끊고 나자 갑가지 여러 가지 생각이 난다. </P> <P>1.엄마 얘기</P> <P>8남매중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엄마와 살아왔다.고3때 1년간 셋째,네째 누나 둘이랑 <BR>단칸방 자취 생활한 것 빼곤 줄곳 엄마와 내가 장가가기까지 36년을 같이 한집에서 살았다.<BR>결혼후 바로 형한테 엄마를 빼았겼다.<BR>큰아들로서 부모님을 모시겠다는 전혀 어찌할 수 없는 형의 강력한 의사에 무조건 항복. <BR>나는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 살고 부모님을 모시는 장남들은 무조건 존경한다.<BR>거의 술값으로 얄팍해진 내 월급을 잘 건사해주셔서 신혼에 걸맞지 않는 조금은 넓은 아파트를 <BR>장만해 놓으시고, 안방은 내가 쓰고 건넌방에서 1주일 같이 사시고는 형한테 가셨다.<BR>얼마간은 내가 모시고 싶었는데.<BR>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아침마다 걸르지 않는 아침 문안 전화뿐.</P> <P>그렇게 돌아가시기까지 10년을 형과 함께 하시고 1998.11.20(음10.2)대전에서<BR>형집 안방에서 주무시듯 돌아가셨다.(형집 안방을 부모님이 쓰셨다)<BR>여든 한살에.<BR>전날 IMF시절에 모처럼 큰 오더를 받아 납품하고 들뜬 마음에 친구랑 술 퍼 마시고<BR>노래도 하고 골아 떨어진 이튿날 아침 7시.형의 전화(형은 서너 시간 지난 후 나한테<BR>알려줬다)<BR>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그럴때 엄마는 저쪽길로 넘으셨던 것이다.</P> <P>차타고 대전 가는 2시간 내내(처남이 운전을 해줬다) 그냥 흘러내리던 눈물이 콧물과 범벅이<BR>되고 꾹꾹 참아내던 울음 소리를 드디어 꺼이꺼이 터뜨려 버렸다.(왜 꺼이꺼이 운다고 하는지 <BR>이해가 된다)</P> <P>장례후 형한테 들은 얘기.                                                                                              돌아가시기 1주일 전부터는 일체 자식 걱정을 끊으시고 아무 <BR>말씀이 없으셨다고. 전 같으면 훈이 사업은 잘 된다냐,학수는 딴 짓 안하고 회사 잘 다니냐?,<BR>융이 그 놈 참 맹랑하더라 등등 자식들 얘기를 끊임없이 형한테 물으시다 입을 꾹 다무셨다고.<BR></P> <P>가실 때는 그렇게 업보 같은 자식들 다 놓으시고 혼자 가시는 가보다.힘들어서.</P> <P>재작년 형이 은행 지점장으로 명퇴하고 앞으로 2년간(60살)까지 우리회사에 비상근으로          일주일에 이틀정도 올라오시고 싶다고 했을 때 친구와 의논하고 <BR>비상근 고문으로 모시고 약소하지만 얼마간 월정 여비를 드리자고 결정하고 난 후 <BR>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울컥 눈물이 솟고.<BR>"엄마, 나 형한테 좋은 일 한 것 같아요" </P> <P>2. 아버지 얘기</P> <P>"아버지,내가 누구여?"(반말임)<BR>"글씨,니가 훈이 아녀?"<BR>이렇게 시작한다.가끔 대전 형집에 들를 때 아버지하고 대화.<BR>아버지는 올 여든넷.엄마보다 두살 연하이다.<BR>연세가 연세인 만큼 머리가 맑지 않으시고 소위 치매 증상을 보이신다.<BR>젊을 때 과격한 성품이다가 치매가 걸리면 온순해지고 온순한 성격이 치매가 <BR>걸리면 난폭해진다고 한다.<BR>그런데 울 아버지는 요새 굉장히 온순하시다.<BR>기억의 엉클어짐.<BR>얼마전 아버지하고 대화는 우리 8남매 신상 확인을 끊임 없이 반복했다.<BR>"아버지,아들이 몇명야? 이름은?"<BR>"글쎄,3형제.사수,훈이,학수"<BR>이제는 아버지 기억도 점점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셨나보다.<BR>엄마라 함은 할머니 얘기고 형제라 함은 우리 형제가 아닌 이미 다 돌아가신 <BR>큰아버지들 얘기다.</P> <P><BR>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 그냥 거슬러 올라 갈데가 없으면.....<BR></P> <P>내가 요새 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 방에서 내 막내 융이와 옆에 자는 것 뿐. <BR>냄새를 참으며.잠깐이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다.</P> <P>잃는 다는 것도 익숙해지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엄마때처럼 꺼이꺼이 울지 못할 것 같다.</P> <P>3. 형 얘기</P> <P>나보다 10살 위.<BR>가끔 얼마간 돈을 부쳐드리면 바로 다시 내 통장으로 입금되어온다.지겨운 고루함과 엄격함.<BR>형 동기들 나이가 59,아홉수가 있으니 서로 건강 조심하자는 얘기를 쓴 형의 글을 내가 <BR>KEY IN 하여 동문 홈페이지에 올린 적이 있는데.<BR>화,목 이틀 출근하여 찌라시 이면지에 잡문을 적어주면 나는 문서화하여 형 동기 <BR>홈페이지에 올린다.<BR>목요일 신장 수술을 한다.<BR>굳건하게 믿고 기댔던 형의 자리가 흐트러지는 것이다.<BR>누나들과 형한테 얘기 않기로 하고 의논했던 아버지 우리 집에 모시는 일.<BR>병원에 들렀다 대전에 내려가면서 나한테 한 전화<BR>"아버지는 절대 신경 쓰지말고 어린 애들한테 할아버지 인상 남겨주는 것도 <BR>좋지 않으니 딴 생각 말아라."<BR>형은 장남이고 나는 역시 장남이 못 된다.<BR>엄마,알고 계세요? </P> <P>아, 엄마.보고싶다.</P> 본문내용 추가 텍스트 문서 그림삽입 삽입위치 본문좌측 본문우측 본문상단 본문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