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종 시절 한 나그네가 전라도 나주를 지나고 있었다.
뉘엇뉘엇 지는 석양에 들은 황금 빛으로 물들었고 갓 추수한 벼를 쌓는 농부의 땀에 절은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감돌았다.

제법 시장기를 느낀 과객이 농부에게 묻기를,
 "곡기를 해결할 곳 없소?" 하자, 농부 왈 "저 산을 돌면 효자 효부로 소문난 주막집이 있으니 혹 들르면 어떻겠소?"

느린 말투만큼이나 어기적거리며 그 주막집에 들러 주인장에게 막걸리와 반주를 겸하여 요기하는데 주막집 아낙이 소고기와 밥을 정성들여 보자기에 싸고 있었다.

 "어디 배달 가시려오?" 
 "저 산 초막에 늙은 어머니가 계시는데 갖다드려야지요."  하고 아낙이 대답한다.

사내가 찬반을 지게에 얹어 아낙과 나간 후 효심에 코가 찡해진 나그네가 그들을 앞에두고 멀리서 어슬렁대고 따라가는데 그 둘이 한적한 곳에 이르자 사내가 지게를 받친다.
어찌하나 보고 있으니 둘이 그릇들을 내려 놓고 자기들끼리 먹여주며 희희락대는게 아닌가.

이윽고 그들이 하산한 후 나그네는 노모가 계시다는 초막에 들러 물었다.
 "저녁은 하시었소?" 하자 바짝 마른 할머니 "예. 아들 며느리가 푸짐히 갖다주어 잘 먹었지라." 하는데 뱃속에서는 꼬로록 소리가 들렸다.

문밖을 나서며 나그네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가로대,

 " 시양이언 (施養以言) 시양노무식기 (施養老 無食棄)"   
    모시기를 말로써만 하는구나    늙은 노모 부양함에 먹이지도 않고 버리는구나
       (施: 베풀시, 養: 기를양, 以: 써이, 棄: 버릴기)
  " 개만도모탄애 (皆蠻盜 母歎愛)  존만구야 (尊蠻狗也) "  
     모든 오랑캐 도적도 어머니를 한탄하며 사랑하는데 오랑캐 개나 존경해라
     (皆: 모두개, 蠻: 오랑캐만, 盜: 도둑도, 嘆: 탄식할탄, 愛: 사랑애, 尊: 높을존, 狗: 개구, 也: 어조사야)

하며  나섰다.

이듬해 그 근처를 다시 들를 기회가 있어 소식을 물으니 그 부부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그 나그네 말하길,

 "호로자식 (虎怒刺食)" -->  호랑이가 노하여 찢어 먹었구먼

하면서 혼자 남은 늙은 어머니를 한탄하였다한다.

< 참고 >

처음에는 밑줄부분이 중성 용어였으나 여자들이 입이 둘이라 말을 잘한다고 해서 전반부는 여성용, 후반은 남성용이 되었다는 풍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