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286 ◎ 이름: Cyber 총무 ◎ 2002.2.21(목) 16:25, 61.102.32.148 ◎ 조회: 86

이명수 동기 기사 소개 및 album 추가    차세대 인물 탐구(행정)-이명수 충남도 행정부지사 이명수 충남도 행정부지사(46). 지난 8월22일 부지사로 내려오면서 맨 먼저 한 일은 사무실 구조개편이었다. 비서실과 집무실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물어 민원인이 직접 부지사를 만날 수 있게 만들었다. 비서실을 통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권위의 문턱을 없애고 한 발짝이라도 주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한 때 입방아도 많았다. 민원이 걸러지지 않고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쓸데없는 얘기까지 듣게되어 행정에 효율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가하면 역시 젊은 사고가 변화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찬반에도 불구, 그는 여전히 벽을 허무는 일을 즐겨하고 있다. 행정에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벽을 허무는 일」 이부지사는 허물면서 창조를 하는 걸 좋아하는 행정가다. 금산군수 시절 금산고등학교에 '영재관'을 건립하여 서울대학교 합격자를 배출해낸 일이라던가 주민의 반대를 무릎 쓰고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을 정비했던 일 등이 새롭게 창조해 낸 일들이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조용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성격을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그게 장점이다. 이부지사와 약속은 어렵게 이뤄졌다. 여러 차례 사람을 넣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역시 크게 나설 일도 아니라는 답변과 함께 '다음에 하면 안되겠느냐'는 완곡한 거절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충남도의 차세대 주자 중 한 명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이부지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여서 인터뷰는 더욱 필요했다. 그의 생각과 행정 철학을 듣는 것은 주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담은 14일 오전 11시부터 행정부지사실에서 짧지만 내용있게 진행되었다. 비서실 직원이 2명 있었다. 민원인에게 차를 대접하는 일은 이들의 몫이 아니었다. 셀프 서비스였다. 행정부지사실에서 구기자 차와 커피, 녹차 등은 옆에 있는 물을 따라서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다소 생소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대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위밍업을 하면서 가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정을 하는지요. ″흔한 말로 주민에게 이로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게 행정입니다. 공직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작가가 미국인이라고 기억되는 시를 읽었습니다. '내가 만일 할딱거리는 한마리 새를 숲 속에 보낼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내가 만일 한사람의 어려운 주민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면 내 공직생활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공무원 위주의 행정이 아니라 주민 중심의 행정을 하겠다는 뜻이지요. 저는 기획부서에 주로 근무했습니다만 거기에서도 늘 그 문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한 시간으로 예정된 대담은 중간에 예기치 않는 일정이 끼어 들면서 약간 줄어들었다. 전에부터 면면을 알고 있어 기사작성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나온 길을 정리하는 인터뷰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급한 것부터 물었다. "민선 도백 출마 아직은 때 일러" - 심대평 충남지사 후 차세대 충남도정을 이끌어 갈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데 이 점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말씀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고향 아산에서는 아산시장 후보 운운하며 상당히 구체적인 얘기까지 하고 있지요. 말씀은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출직은 쉽지 않는 일입니다. 적성에 맞는가도 생각해봐야 하고 여건과 자질이 있는 지도 검증을 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깊이 그 말씀을 마음에 담거나 이를 위해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습니다. 그쪽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는 게 저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 진입은 개방되어 있지만 정치인이 되는 필요한 요소는 미비하고 있다고 봅니다.″ 선문답(禪問答)이다. 민선으로 출마를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한 대답이었다.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였다. 약간은 핵심을 비껴가지만 앞으로 계획을 물어 그의 속내를 다시 한번 끄집어 내 보기로 했다. ″지역에 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입니다. 음으로 양으로 사회가 저에게 준 것만큼 사회에 환원을 하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또 여건이 된다면 사회 복지시설에 꼭 한번 종사해보고 싶습니다. 대학과 연계하여 연구와 강의도 했으면 하고 성직자는 아니지만 수양도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입니다.″ 속내를 들어내어 놓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하긴 오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속 있는 말을 쉽게 했다가 낭패를 당한 일도 여러 번 있었을 테이니 민감한 부분을 비껴치는 것도 노하우(Know How)이리라. 이 부지사의 공무원은 대물림이다. 약 10년 전에 작고한 아버지는 온양읍 사무소 근무를 마지막으로 퇴직한 전형적인 시골 공무원이었다. 은행원과 공무원을 오갔던 아버지의 '한 우물을 파라'는 충고와 졸업 당시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교수의 꿈을 접었다.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공직의 길을 택하게 된 이면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많았다는 얘기다. 충남 아산시 신창면 읍내리에서 1955년에 태어났다. 신창국민학교(초등학교)와 온양 중을 졸업하면서 대전고 진학을 위해 멀리 유학을 왔다. 70년 그때만 해도 대전고로 오는 경우는 옥천, 공주, 조치원 등 대전 인근 중소도시에서 였다. 온양, 당진 등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진학을 위해 대전을 찾는 예는 흔치 않았다. 공부를 아주 잘 했거나 그 지역에서 부유한 가정일 경우였다. 그는 전자에 속했다. 고교 입학 초기 생활은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았다. 온양에서 공부는 매우 잘 한 편이었다. 대전에서는 할머니가 따라와 줄 곧 손자의 성장을 지켜보았다. 조용하면서 차분한 성격 이부지사의 온화하고 여성적인 성격은 아무래도 할머니 밑에서 자란 탓이다. 어린 나이인 5세 때 어머니의 죽음을 맞았다. 이후 줄곧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끝에서 자랐다. 가정적으로 평탄한 환경은 아니었다. 4남 5녀 중에 3번째이며 이중 아래 여섯 명이 새엄마 소생이다. 이복형제지만 태생적인 문제로 인해 다툼이나 반목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형제간에 애틋한 정도 없다는 것이 그의 표현이다. 이 부지사의 얼굴은 보면 잔잔하면서도 약간은 애수(哀愁)가 깃들어 있다. 커다란 눈은 아무리 독한 표정을 짓더라도 어울리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다. 스스로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성격을 단점이라고 말할 만큼 조용하면서도 차분하다. 선한 얼굴 한 켠에 배어있는 우수도 이러한 성장 배경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대학원 졸업 때까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모 자리를 메워주었다. 아버지의 재혼과 고3 시절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 그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게된다. 지금 순천향 대학 일대 땅 대부분이 아버지 소유였으나 친척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두 팔아야 만 했다. 이후 대학 진학에 대한 경제적인 뒷받침을 걱정하게 되고 여기서 망설임이 나오게 된다. '대학을 가야하나, 그렇지 않으면 5급 시험을 치르고 아버지처럼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 가' 하는 문제였다. 대전고에서는 줄곧 10 - 30등을 오간 실력이었으니 서울대학교는 무난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슛을 요구하는 순간에 머뭇거림은 곧바로 실패였다. 목표했던 서울대 진학으로 마음을 굳혔을 때는 이미 공은 상대편 차지였다. ″솔직히 서울대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빨리 벗어났습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었지요. ″ 콤플렉스를 벗어난 다음 목표는 고시였다. 고시 준비 동기가 혹시 서울대로 진학한 동료들과의 경쟁심이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답은 명료했다. ″고시는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1차 합격은 빨랐다. 성균관대 2학년 때였다. 하지만 2차에서 과락(科落: 과목낙제)이 나왔다. 서울대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물리, 화학, 생물, 지학 점수가 낮아 이 과목을 넣고 시험을 치면 전교 30등이었지만 뺏을 경우에는 항상 10등 내외였는 게 고교 때 성적이었다. 하필 그해 서울대에 시험은 매년 넣지 않던 그 과목을 포함시켰다. 고시에도 경제학이 문제였다. 40점 이하면 과락인데 두 번 시험에서 39.33, 39.66점이 나왔으니 요즘 말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1차 합격을 했을 때 공부 방법을 가르쳐 달라던 권선택 후배(현 대전시 행정부시장)는 3학년 때 당당히 2차까지 합격을 해버린 마당이었으니 더욱 공부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수 부지사와 대전시 권선택 부시장은 여러모로 비교가 되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라는 점도 그렇고 대전고, 성균관대학, 행정고시 등 행보가 매우 흡사하다. 권부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고등학교, 대학 1년 후배이지만 성격이 적극적이고 액티브(Active)한 면이 좋은 점이지요.″ 합격의 달콤함을 맛보게 된 것은 역시 3학년 때였다. 하기 쉬운 말로 재학 중 합격이지 평생을 해도 못하는 것이 고시이고 그러다가 고시병에 걸려 폐인이 되는 것도 얼마든지 보아왔지 않았던가. "지방자치 행정 선택 잘했다" ″행정 중에서도 지방자치 행정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내무부로 발령이 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잘 된 선택이라고 봅니다. 지나고 나면 후회가 되고 잘못된 일도 생각나지만 선택 자체는 잘한 일이지요.″ 행정에 첫 발을 내디디면서 만남 사람은 행정의 달인 손수익 충남도지사였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행운을 그는 맞았다. ″손지사님은 행정이란 큰 일도 있고 작은 일도 있다면서 작은 일을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 분이었습니다.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처음 발령 받으니 '신문철을 하라'고 선배들이 시켰지만 이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여기고 열심히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게 행정입니다.″ 또 공무원으로서 존경하는 선배는 심대평 충남도지사이다. 현직에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은 절대 아니었다. 온 몸으로 배우고 감명을 받고 있었다.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고 남자는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신명을 바친다'는 말을 인용했다. 1990년도 안면도 핵폐기물 처리장 사건 때의 일이다. 이 부지사는 개발담당관이었다. 바로 이 업무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주민들이 시위를 하고 전국이 시끌벅적했다. 당시 대전일보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으니 나라를 흔드는 사건인 셈이다. 그때 충남도청 일부 간부들은 좌고우면(左雇右眄)했다. 누구는 끝이 났고 다음에 누가 오느냐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그럴 시점이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힘이 있을 때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 보여도 달라지는 게 세상 인심이 아닌가. 그때 그랬다. 하지만 심지사는 오히려 책임을 맡았던 후배를 안심시켰다. '당신은 잘못이 없다. 그러니 책임질 일도 없다. 잘못되더라도 내가 잘못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시급한 것은 지금 벌어진 이 문제를 잘 수습하는 일이다' 라면서 등을 두드렸다. 이 일로 그는 크게 감명을 받았다. ″총리실 근무하면서 교통사고 반으로 줄이기 운동을 펼친 것과 청와대 근무시 소방공무원들의 국립묘지 안장문제를 해결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공직 생활 22년을 하면서 큰 일도 많이 했겠지만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일과 소방공무원의 일을 내세우는 것은 역시 이부지사의 행정에 대한 가치관의 일단을 보여주는 예다. "큰소리 내지 않고 반대 극복" 그렇다면 이부지사는 스스로 자신의 단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까. 　″저는 남하고 다툼을 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언성을 높이는 일도 필요하지만 필요할 때 못하는 게 단점이지요. 그리고 결정을 빨리 내리지 못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큰 소리를 내지 않는 반면 반대를 극복해나가는 셈이지요″ 서두에서 말했지만 스스로는 단점이라고 여기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의사를 결정하는 행정이다. 1979년에 행정 사무관에 임용되어 90년 충남도 개발담당관, 93년 금산군수, 94년 대통령 비서실, 95년 내무부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 98년 정책기획정보실장, 99년 국무조정실 안정관리개선 기획단 부단장 등을 역임했다. 소주 한병의 주량에다 흥(興)보다는 조용한 대화를 즐겨하면서 주변에서 청을 하면 '외나무다리'를 한 곡 뽑는다. 외나무다리처럼 아찔하면서 곡예를 하는 게 인생이고 공직생활이란 뜻인지 모른다. 가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이 보이는 Y담으로 좌중을 웃기는 면도 있다. 성격이 조용해서 친화력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교편을 잡고 있는 동갑네 부인 노영란씨(46)와의 사이에 지은양(16), 지형군(12)를 두고 있다. 조용한 선비 스타일의 이 부지사는 인간적인 매력이 풍기는 인물이었다. 이른바 고위공직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권위보다는 이웃한 친구처럼 부담없이 다가왔다. 특히 '잰다'는 표현으로 거만함을 지적하는 그런 인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굳이 비교한다면 삼국지의 '유비'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게 짧은 만남에서 얻은 결론이었다.  친구가 본 이명수- 홍종오씨(46. 종오당 약국 대표) 굉장히 검소한 사람입니다. 청와대 근무시절 대전에 내려올 일이 있으면 낡은 손가방하나 들고 꼭 무궁화열차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그 정도 위치면 좋은 차를 타고 올 수도 있고 새마을 기차를 탈법도 한데 한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또 무척 부지런한 친구입니다. 워낙 바빠서 친구들 만날 시간이 없으니까 주변을 지날 일이 있으면 남는 시간 5분, 10분 짬을 내 친구들을 찾아주는 정이 넘치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최근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합니다. 입술이 부르트고 피곤에 지친 모습이 마음에 걸려 약을 보내준 적도 있습니다. 앞으로 공직사회에 이부지사와 같은 청렴하고 진취적인 인물이 공직사회를 주도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곤 합니다. <김중규기자·iota-@dtnews24.com, 우종윤기자·man-pa@dt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