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루가 그럴루야 - 아리랑(6) -(김건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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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292 ◎ 이름: 박동훈 ◎ 2002.2.27(수) 16:08, 211.62.79.174 ◎ 조회: 57 | |
 Re..아! 너무도 잘 쓴글이군요 > 언제던가 유머사이트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본 적이 있다. > > '아리랑과 쓰리랑의 엄마가 누구일까요?' > '답은 아라리'입니다. 힌트는 진도아리랑에 있습니다. 즉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 아라리가 낳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낳네' > 그러면서 친절히 설명까지 곁들였다. '응응응'은 출산할 때의 고통을 표현한대나 ... > > 일견 번뜩이는 재치에 웃음이 나왔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리랑인 > 진도아리랑을 그렇게 통속적으로 빗댄 데에 솔직히 맘이 개운친 않았다. > 그리하여 의성어인 '응응응'에 무슨 뜻이 있는 지 밝혀보마고 마음 먹었지만 > 단서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 >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애들과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 그중에서 남매가 북치고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산과 들을 따라 5분이 넘게 > 이어지는 장면은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 >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 > 어쩌면 눈에 익은 듯한 같은 산과 들, 밭이랑을 지나 논길따라 이어지는 노래가 > 흥을 돋운다. 영화에서 지루할 수 있는 길다면 긴 시간, 이런 단순한 듯한 구성도 > 긴박감 넘치게 나를 흠뻑 몰입하게 했다. > > 극중에는 딸이 득음에 전념토록 아비가 딸에게 독약인지 뭔지를 먹여 눈이 > 멀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보다가 '응응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 단초가 얼핏 머리를 스쳤다. 마침내 다음과 같은 사연일 것이라는 결론에 달한 바... > > 옛날 X구녕이 째지게 가난한 아라리라는 소리꾼이 있었는데 서편제처럼 아리라는 > 예쁜 딸과 슬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 그는 아리를 명창을 만들고자 하였으며 득음에 전념토록 영화에서처럼 비상을 > 먹였다. 진도아리랑 가사는 이를 노래한 것이다. 즉... > > 아리아리랑 슬이슬이랑(雅梨雅梨琅 瑟爾瑟爾郞) 아리 딸과 슬이 아들이 사는 > 아라리가 난내 (我羅理家 難耐) 아라리네집이 무척 어려워 참아내기 힘들구나 > 아리랑 음음음 (音音音) 아리랑 딸을 소리의,소리에의한,소리만을 위하여 > 아라리 가나안해 (加裸眼害) 아라리가 맨눈(裸眼)에 해를 가하는구나 > > 이러한 뜻으로 지인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일견 동의는 하면서도 흔쾌한 반응을 > 보이진 않았다. >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담은 아리랑에 대한 해석으로는 부족감이 있으며 웬지 > 절정감이 없는 삽이불루(揷而不漏) 같다는 것이다. > 단지 그러한 이유만으로는 이 아리랑이 우리네 애환을 표현할 수 없으며, 어떤 한이 서리고 > 녹아있지 않으면 이렇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오랜동안 우리 민요로 살아남기 힘들었으리란 것이었다. > ------- * ------ * ------ > 머리가 복잡할 때는 여행이 최고다. 혼자서 훌훌 떠나는 여행은 인간사 고뇌를 잊게해준다. > 발길 닿는대로 정처없이 떠나는 여정은 속세에 찌든 마음을 정화시킨다. > > 불현듯 객기가 동했다. 손가방 달랑 들고 무작정 기차에 몸을 실었다. > 발길이 닿은 곳은 完島 靑山 - 서편제에 나오는 그 마을 - > 아리와 슬이와 아라리가 북장단에 맞추어 한 몸으로 어우러져 소리하던 그 고개. > > 맑은 하늘, 절경은 아니지만 밭이랑 멀리 멀찍이 굽은듯 엎드린 산들이 맘을 편케 해준다. > 정지용 향수에 나오는 그저 그렇게 생긴 낯설지 않은 고향 산천같은, 언제나 거기 > 있는 마누라 같음이랴. > 남쪽이라서일까 눈앞에 펼쳐진 보리밭에는 이랑이랑 보리싹이 벌써 푸른 새싹을 돋우고 있다. > 하릴없이 맘은 동심에 닿았다. > 멀리 섬처럼 떠있는 민가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굴뚝에서 피어오른다. 저녁을 짓는 모양이다. > 시장기를 달랠 겸 외딴 주막을 찾았다. > 시골치고는 제법 깔끔한 주방이며 정갈한 반찬이 구미를 끈다. 동동주를 시켜 두루치기와 함께 >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사발을 비웠다. 제법 해갈도 되고 얼큰한 취기에 주모를 불렀다. > 언뜻 삼십댓이나 됐을까, 눈가에 잔주름이 흐르지만 가녀린 손하며 고운 자태가 > 시골집 주모로는 어울리지 않아 잔을 권했다. > 술기운에 힘입어 웬 사연인지 묻자 말도 없이 서너잔 연거푸 들이키더니 다음과 > 같은 얘기를 털어놓는다. > 그녀는 주막집 주인의 처제로 외항선을 타는 선원에게 시집가서 애를 낳았다. > 그런데 남편이 나간지 바다로 나간지 1년이 넘도록 안돌아오고 시어머니 구박에 > 견디다 못해 핏덩이 애를 두고 달포전 도망 나왔단다. > 남편이 돌아왔다는 풍문은 들리지만 지금 집에 갈 수도 없고 받아줄지도 알 수가 > 없으매 자식은 눈에 밟힌다는 것이었다. > 외딴집 단둘이 이리 호젓이 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동정어린 처지가 외려 안쓰러 > 머언먼 뒤안길에서 돌아온 여동생 같다고나 할까. 보다듬어주고 싶다. > "아저씨, 노래 하나 해도 될라요?" > 안될 이유가 무엇이랴. 그렇잖아도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는데... > 不敢請이언정 故所願이라. 감히 청하지는 못하지만 원하던 바라. > 그녀가 설핏 머리를 들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진도아리랑이었다. > "아리 아리랑 (我離 我離郞)" 나는 떠났네 나는 낭군을 떠났네 > "술이 수리랑 (述而 搜離郞)" 떠나버린 낭군 찾는 내 사연 들어보소 > "아라리가 난내 (牙邏離 駕難耐)" 어금니 물고 떠났지만 이별의 멍에는 참을수가 없네 > 젖은 듯한, 낭낭하면서도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가 적막을 가른다. 판소리 고장답게 비음으로 > 고저장단을 처리하는 것이 일품이었다. > 살포시 감은 눈사이로 얼핏 물기가 스치는 듯 했다. > "아리랑 음~" > '음음음' 하는 줄 알았다. > 아니, 두번째 "음"은 나오는 듯하다가 더는 못하고 허걱 숨을 몰아쉬었다. > 나오는 오열을 참는 가보다 생각하는 순간 북받친 설움에 겨워 못내는 울음 소리로 변했다. > 난 진도 아리랑이 흥겨운 가락으로만 생각했었다. 지금 보니 이런 가슴 절절한 소리가 다 있구나. > 그게 어쩌면 우리 아리랑이나 민요만의 특징일지도 모른다. 같은 노래가 더없이 흥겨울 수도 > 또한 한없이 처연할 수도 있는... > > 살신하여 지고한 예술의 경지를 득도하는 지극히 절제된 서편제의 음음음 아리랑도 있지만 > 우리네 주변에 항상 오랫동안 세월따라 흘러온 님 보내고 님 찾아 슬픔을 못이겨 울음을 속으로 참아내는 > 한서린 음음음의 아리랑도 있었구나. > >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이 듣는 이 기분에 따라 달리 이해될 수 있고(我理琅) 모든 걸 포용 가능한 소리. > 술값을 살며시 내려 놓고 아직도 흐느끼는 그녀를 뒤로 싸리문을 밀고 나왔다. > 실컷 울어라... > 제법 어두워진 밤길. > 살랑 바람결 흐린 별빛 받으며 보리밭 고개를 따라 구불 구불 내려갔다. > 저민 발길 따라 진도 아리랑 가사가 자꾸 귀를 맴돈다. 아니 메아리되어 자꾸 울려온다. >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 속엔 사연도 많다 ~~" >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란다.~~" 윗 글을 정녕 당신이 쓰셨단 말입니까? 어쩜 그리도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문맥이 이어져 나가는지 감탄 또 감탄 당신은 정말 멋진 글쟁이(?) 입니다. 존경합니다 혹 이제라도 직업전환을 고려해보심이 어떨지요 아무쪼록 그럴루야 다음편이 빨리 나오길 기대하며...... "14일날 공도 자알 쳐라! 그날보자" 박동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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