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417 ◎ 이름: 김종건 ◎ 2002/8/5(월) 14:34 (MSIE5.5,WindowsNT5.0) 211.208.91.253 1024x768 ◎ 조회: 84

슬픈 일이..   슬픈 일이... wife 로부터 홍옥 통장이 아파트 14층 복도에서 떨어져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달 전에 같은 통장으로서 몸이 아프다해서 병문 안을 갔었는데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피골이 상접해 있다고 들었다. 10년전부터 같은 단지내 아파트에 살면서 wife하고 통장을 같이 하다보니 홍옥통장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wife로부터 들어온 나로서는 상상의 홍옥통장으로 남아 있었다. 나의 두딸(고2, 고1)과 홍옥통장의 두딸(고2,중2)이 같은 또래여서 애들은 집에도 서로 놀러 다녔다. 홍옥통장은 교회는 다니지 않았지만 우리를 믿고 두딸을 교회에서 교육 잘 받고 훌륭한 자녀로 성장해주길 바래는 마음에서 교회에 가는 것을 허락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 해왔다. 매주 주일 아침이면 학생예배가 8:00시작하므로 아침 7:30분 경에 우리 집 근처에서 모여 차를 타고 교회에 같이 가곤 했는데 홍옥 씨의 큰딸은 초등학교까지는 잘 다녔는데 중학교부터는 잘 나오지 않게 되었고, 고등학교에 와서는 모습과 복장이 이상하게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이 특별한 신앙이 없이는 주일날 아침 일찍 교회에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가 간다. wife에 의하면 홍옥통장은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려 했고, 살림을 깔끔하게 하고, 솜씨도 좋고 아이들도 예쁘게 단정하게 신경 쓰고, 부유하진 않지만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다. 그런데 2년전쯤, 직장에 다니던 남편이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생활의 어려움이 점점 다가와 힘들었던 생활을 했다. 수입은 없지, 아이들 양육, 교육문제, 치료비등 들어갈 것은 많지, 생활이 어려워져, 현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서 빨리 아파트를 처분하고, 살림 규모를 줄이고 전세를 살면서 영세민 혜택을 받으며 지내면 지낼 수 있기에 홍옥통장이, 이러한 계획도 세웠는데 사춘기 자녀들의 반대에 부딪쳐 실행을 하지 못 하므로 힘들어했고, 본인이 이곳 저곳 일을 다녔지만 적은 보수에, 피곤까지 겹쳐 누워있지, 새벽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아파트주위를 절룩거리며 열심히 운동하는 분이 있는 홍옥통장 남편, 장애상태 이지, 또한 자녀들이 엄마의 뜻을 잘 따라 주지 않지, 모든 일이 한 가닥의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고 절망뿐인 상태에서 귀중한 본인을 생명을 마감하고 말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인간은 끈질긴 생명의 생존 본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고 하는 것은 본인이 얼마나 불행한 상태였을 가를 생각게 한다. 한창, 성장하고 보살펴야 할 자녀가 있고, 장애인 남편을 두고, 행복한 미래를 가지고 살아야 할 중년의 나이에 그 모든 삶의 짐을 남겨두고 갈 때의 상태는 얼마나 불행한 상태였을까? 한 생명이 태어날 때, 어려운 산고를 겪고, 부모와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축복과 희망과 기대를 받고 태어난 생명인데, 스스로 자립 할 때까지 행복을 얻기 위해 도움을 받고 살아온 삶인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갈 때는 얼마나 불행한 순간이었을까? 스스로의 가정을 갖고, 귀여운 두 딸이 태어나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며 힘들어도 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설계하던 그 행복했던 시간을 묻어버리고 갈 때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남편과 두 딸은 고요히 잠들어 있는 새벽 2시, 아픈 몸을 이끌고 스스로 떠나기 위해 14층으로 계단을 밝고 올라가는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살고는 싶지만 외부적 환경(경제적)에 의한 죽음은 얼마나 억울한 죽음인가. 가정의 행복을 지키려 했지만 역부족속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홍옥통장에게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모든 인간이 행복을 꿈꾸고 살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법칙에선 어느 정도 내가 행복하긴 위해선 남이 불행해지는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내가 행복하고, 불행한 것에 대한 것에만 신경 쓰고 살지 남의 불행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부족한 편이다. 연세대 철학과 김형석 교수의 \"영혼과 사랑의 대화\"라는 수필집에 \"현재 나의 이 삶의 상태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삶의 상태였으면 좋겠다.\" 는 마음처럼 모든 사람이 나보다는 행복한 삶을 바라는 무한한 인간애를 가지고 있는 김교수의 철학을 접할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 홍옥통장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내 주위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져본다. 내 주위, 내 이웃으로 살았던 사람이기에 가슴도 아프고,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고, 마음뿐이지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 하는 무능력에 허탈 할 뿐이다. 이에 불행한 자를 향해 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들어 본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에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사도 바울은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니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느니라\" 하였다. 저승으로 먼저 간 사람에 대한 명복을 빈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생전에 그토록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랬던 자녀가 후일 훌륭하게 자라 행복한 모습으로 어머니 앞에 나타난다면, 홍옥통장 자신이 불행했던 그 날 들을 눈 녹듯이 잊어버리리라, 생각해 봅니다. 2002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