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윤동기 : 공주지원장            

 억울한 사람 무고 밝힐 때 가장 긍지 - 맡은 일에 충실하는 게 고향 위한 길



 차세대 인물(법조)-대전지법 신동윤 공주지원장

◈신동윤 공주지원장.

차세대 인물을 취재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분모일수도 있다. 우선 매사에 긍정적이고 성실하다는 점이다. 성실하다는 건 보통사람들에 비해 장점이 될 수 있으나 성공한 인물들에게는 기본 자질이었다. 사물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귀납적인 결론이긴 하지만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의 면면은 현실에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문제가 발생할 때는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었다. 또, ′일에 미친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자신이 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몰두한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 대상이 인생의 행로이든 아니면 업무상 해야할 일이든 판단만 서면 그 일에 집착을 하고 몰입하는 걸 취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영광을 위해 보이지 않는 엄청난 양의 땀을 흘렸을 뿐 만 아니라 위기를 한 두 번씩을 겪었다는 점이다. 타고난 지독한 가난과 싸운 인물도 있었고 인생 설계를 잘못하여 주어진 환경을 이용하지 못하고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되살아난 인물도 많았다.

어째든 성공한 사람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그 성공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치열한 삶 속에서 배어 나오는 땀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고 위기극복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 등은 필자에게 간접경험을 주기에 충분했다. 성공한 사람을 만나는 건 이래서 즐겁지만 이들 중 정말 순수한 인물을 만나게 되면 그 날 하루 온종일 기분이 즐겁고 내 스스로도 순수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차세대 인물은 섭외와 취재에 어려움이 많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늘 인물을 만나게 만들고 있다.

대전지법 공주지원 신동윤 지원장(48).

약간은 검은 얼굴에 안경을 낀 모습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제인의 얼굴이었다. 그는 '성공과 순수'라는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사실 신지원장에 대한 사전 정보는 지금까지 취재한 여느 인물보다 적었다. 다만 주변으로부터 좋은 분이고 소위 고향을 지키는 향판(鄕判)이라고 들은 게 전부였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박하면서 순수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일선기자 생활을 하면서 법조 출입이 없었던 터라 판사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생소했다 치더라도 그의 사고와 행동은 마치 20대 대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순수했다.



당사자 말 많이 들어 조정

〃가능하면 당사자의 말을 많이 들어주려고 합니다. 특히 민사재판은 원·피고라는 대립적인 당사자가 있어 충분히 의견을 들어준 다음 판결을 해야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귀하가 상대방 입장이라면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반문하면서 서로 입장을 이해하도록 유도합니다.〃

신지원장이 주로 맡은 것은 가사재판.

법정에 올 정도면 감정의 골은 깊어 질대로 깊어져 상대방 입장을 헤아릴 여유가 없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화해와 조정을 하는 건 판사가 투입한 시간에 정비례한다는 건 그의 소신이었다. 요컨대 많은 시간을 두고 많은 말을 듣고 판사를 매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오랫동안 가사재판을 다루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자식이 있으면 부부는 헤어지더라도 부모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사자들은 홀가분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자식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자식들에 대한 부모의 책임은 여전히 남게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손가정에서 비행 청소년이 나올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큰 게 아닙니까. 그래서 헤어지는 부모들에게 적어도 자식의 일에는 협력을 하도록 노력해달라는 당부를 하지요.〃

얼마 전 요즘 세태를 반영하듯 결혼한 여성이 미혼인 옛 애인과 관계를 지속하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었다. 유부남이 옛 애인과 불륜을 저질러 이혼하고 이혼 당한 여자가 또 다른 유부남과 불륜관계를 맺는 「위기의 남자」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물론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상황 설정이지만 현실에서도 그것 때문에 헤어지는 게 사실일까.

〃가정 불화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시집과의 갈등을 조절하지 못한 남편의 무능이 이혼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조금 다릅니다. 성적인 문제, 부부 갈등 등 과거에서 숨겼던 부분들이 의사표현이 당돌할 만큼 노골적인 젊은이들에 의해 이혼의 한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지요.〃

드라마 속 상황과 현실은 달랐다. 외환위기 이후 이혼 소송이 급격히 증가한 이면에는 남편을 거추장스런 존재로 생각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편은 하늘운운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게 요즘 세태다. 이래저래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느끼게 한다.

경제적 문제가 이혼의 직접 원인

◈어릴적 가족사진(오른쪽 맨 아래).

신지원장은 공주 토박이다. 공주시 계룡면 경천리 67번지가 고향이다. 경천초등학교 5학년때 공주교대부속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누나가 공주사대부중을 다녀 함께 자취를 하기 위한 부모님의 배려가 전학의 이유였다.

〃그 때 정말 철이 없었어요. 중1학년인 누나가 빨래도 해주고 밥도 해 주었는 데 만화 볼 돈 5원을 주지 않는다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으니까요.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시집 갈 때 그렇게 울었습니다.〃

4남 4녀로 다복한 가정에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사실상 장남역할을 했다. 큰형이 큰댁에 양자로 갔으니 집안에 장남이었다. 지금도 어린 시절을 공주라는 당시로선 자그마한 도시에서 성장한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과 시골에서 자란 건 정서적으로 많은 차이를 주고 있다. 성장해서도 시골의 생활은 늘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게 하고 언젠가는 한번쯤 돌아가고 싶은 이상향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을 대전에서 공주로 전학시켜 함께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보고 독특하다고 합니다. 남들은 다 대전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저는 딸을 대전에서 공주로 전학시켰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중학교를 공주에서 다니는 게 커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이는 싫어하지만 공주 생활 자체를 그렇게 나쁘게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대부중에서 대전고를 진학하고 나서도 그렇게 공부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고 자신의 영역만을 고집하면서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런데 고 2학년이 되면서 두각을 나타낸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았다. 공부가 재미있었고 좋았기 때문이었다. 좋아서 하는 공부였으니 성적이 당연히 올라가게 되었다. 2학년 때는 전교에서 1, 2등을 다투게 되었다.

신지원장의 삶의 궤적을 보면 운명론을 생각게 한다. 자신이 확고 부동한 목표를 두고 운명을 개척하기 보다 이미 정해진 행로를 우연치 않게 따라가는 그러한 삶을 느끼게 하고 있다. 고2때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그렇고 서울대 법학과를 다니게 된 과정도 그렇다. 또, 사법고시도 마찬가지고 향판(鄕判)으로 자리잡게 된 이면에도 역시 보이지 않는 운명이 작용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운명론적으로 사는 사람

◈대학시절(뒷줄 맨 오른쪽).

서울대 법대에는 본인의 의지보다 성적이 되고 학교에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완곡한 권유에서 지원을 했다. 대학시험을 보러가면서 고속버스를 처음 탔고 서울 땅도 난생처음 밟아보았다. 그 때 서울에서 받은 문화적인 쇼크는 대학시절 내내 신지원장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어머니가 '암사내'라고 부를 만큼 내성적이었던 그의 성격은 대학을 다니면서 서클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변화의 계기로 마련하게 되었다.  

〃학생운동을 좀 했습니다. 라틴어로 정의를 뜻하는 FIDES라는 잡지가 있었어요. 여기 편집위원으로 들어갔다가 3학년 때 편집장이 되었습니다. 그 때 남미의 진보적인 성향의 역사학자들의 이론을 실으려다 출간을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 당시 상법학과 교수였던 양승규교수가 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겪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의문사 규명에 책임자를 맡았던 양교수님은 당시 상황을 세월이 지난 다음에 또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는 데 그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 대학 3학년때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학생회관에 서클룸을 없애려는 학교와 맞서 싸우기도 하는 과정에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활달하고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서울법대면 으레 떠올리는 게 사법고시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졸업과 동시 명지대 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대학교 때 공부를 하지 않아 현실도피 수단으로 대학원을 선택한 것 외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대학졸업 때까지 고시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자신을 한번쯤 정리하기 위해 1977년에 1차 시험을 보았고 1979년에도 2차를 보았습니다. 첫날 시험을 보고 나서 '끝까지 봐도 떨어질 건대 바람이나 쐬려 가자'며 사법시험 보러온 동료들과 함께 설악산 울산바위를 다녀왔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잘 봤다, 결과를 두고보자'며 거짓말을 했는 데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신지원장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남다르다. 아버지는 늘 시대를 앞서가는 인물이었다. 충남에서 처음으로 고향에 사과 과수원을 만들어 인근 농고에서 견학을 오기도 했다. 그 때 미꾸라지 양식장을 계획할 정도였으니 모든 면에서 선진 농업을 앞당겨 실행에 옮긴 분이었다.  당초 고교 졸업 후 농대로 진학할 계획을 세운 것도 아버지 영향 탓이다. 물론 성적 때문에 법대로 진로를 변경시켰지만 아버지도 반대하지 않았고 본인도 꼭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굳히지 않아 그것이 가능했다. 1979년도 군대 입대 전 아버지에게 한차례 대든 적이 있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아들의 반항에 아버지는 묵묵히 술만 드시고 눈물을 흘리셨다. 그것도 비가 오는 날이었으니 자식에 대한 실망은 배가되었고 슬픔 또한 컸으리라. 이날 반항을 했던 아들은 빗속에 마당한 가운데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아버지의 무언(無言)이 아들을 질식하게 만들었고 KO 시켜버렸다. 이후 입대 전까지 약 보름동안 낭인 생활을 하다가 그 해 7월 일반병으로 군대를 가게 되었다.

아버지는 시대를 앞서갔던 인물

◈군대시절.

〃10.26사태를 군대에서 겪었습니다. 사북사태 때는 출동직전까지 가기도 했지요. 사<병으로 군대생활을 한 것이 나중에 생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때 동료들과는 지금도 연락이 되고 있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기간이었지요.〃

1981년도 제대와 함께 양연화씨(49)와 결혼식을 올렸다. 입대 직전 절에서 만난 게 인연이 되어 결혼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는 막 바로 옥천에서 신접살림을 차리고 마지막 고시공부에 들어갔다.

〃생활인으로서 이대로 그만 두어서는 안된다는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고시는 인생의 매듭과 같은 것이어서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인 1982년 12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요. 다음 해 한번만 보고 그만두어야겠다고 본 시험에 합격을 했습니다.〃

시험을 치르면서도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첫 시험을 보는 데 글씨를 쓰는 오른 손이 갑자기 마비되어 감독관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로에서 몸을 풀었으나 허사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악필(握筆)을 쓰듯이 연필을 손에다 끼고 글씨를 그렸는 데 그게 40.33이 나왔다. 40점 이하면 과락(科落)이었다. 첫 시험인 국민윤리를 보고 안되겠구나 싶어 집에 가려고 하니 바로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끝까지 보라고 격려를 했다.

사법 연수원에서는 정말 고2때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것만큼 열심히 법을 파고들었다. 적성에 맞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연수원에서 배우는 법은 추리와 이해, 그리고 논리력을 필요로 했는데 그게 신지원장이 좋아하는 공부였다. 연수 전반기에는 수석을 했다. 하지만 법관 임명 여부는 불투명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구류를 산 것이 있었습니다. 그게 임관 불가의 사유가 될 수 도 있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연수 후반기에는 아무래도 느슨하게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전고 선배가 유태흥 대법원장 비서실장으로 있었는 데 그 분이 연수원에서 법조윤리를 강의하고 있었습니다.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대법원장 면담을 시켜주더군요. 극과 극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랬더니 대 선배는 웃으면서 '신시보! 차나 들게'라고 말해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손이 마비된 채 치른 첫 시간 시험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을 경서연구회에서 강의하는 김순선생님을 모시고 찍은 기념사진.

1986년 법관 임명 후 약 6년간 서울과 거창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나머지 기간은 대전지법과 고법에서 주로 민,형사사건과 행정및 가사재판 등 모든 유형의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로 역할을 맡았다. 거창에서 서울로 가지 않고 대전으로 온 이유를 그는 '전셋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지금의 자리에는2001년 2월부터 부장판사 승진과 함께 발령이 났다.

〃거창에 근무할 당시 그 쪽 사람들의 고향을 사랑하는 애정을 목격했습니다. 정말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 분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고향에 뿌리를 내려야 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판사가 직접 사건을 만들지는 않는 만큼 제가 맡는 일에 충실하는 게 고향을 위하는 길이 아닌가 합니다. 판사 본분에 맞게 그렇게 생활을 하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신지원장은 요즘 마라톤에 푹 빠져있다. 오는 27일에는 경주마라톤대회를 직원들과 함께 다녀올 예정이고 공주에서 직원들과 경서 강독회를 조직, 일주일에 두 번씩 논어, 맹자 등을 배우고 있다. 가사재판을 오래 담당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많다. 제도적으로 조그만 받쳐주면 이혼하지 않아도 될 사건이 결국 갈라지게 되는 걸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간에 문제를 진지하게 상담해주는 전문가를 만들어 내 이혼 당사자의 행동에 잘못이 있다는 걸 이해시키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억울한 피고인의 무고함을 법적으로 밝혀주었을 때 판사로서 긍지를 느낍니다.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 관장의 무죄 입증 판결을 했을 때와 억울한 유아 성폭행범을 만들지 않았던 판결이 판사 생활 16년동안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81년 결혼한 부인 양연화여사와는 한섭군(18. 충대법학과 2년)과 혜배양(13)이 있다. 부인 양여사는 시골에서 고교를 졸업한 재원으로 지금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있다. 내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만학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배움의 길을 뒤늦게 나마 다시 찾아가는 모습에서 신지원장의 생활철학을 간접적으로 나마 읽을 수 있었다.

약 1시간 40분여에 걸쳐 대담은 끝이 났다. 그는 기다리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들어 가시라'는 기자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관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연락처 : 011-9821-2255, (041)855-2233)



사람냄새 넘치는 강직한 향토판사

 

내가 보는 신동윤 - 이총재 한남대 학술정보처 문헌정보팀 과장

◈한남대 학술정보처 이총재 과장.

1990년 여름 3박 4일코스로 친구와 함께 지리산종주를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3명 출발, 도중에 다른 일행들과도 어우러져 완주를 마치고 조촐한 자축연을 가졌는데, 해산직전 이 친구가 판사라고 소개하자 그들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정말로 판사가 맞느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친구는 권위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적으로 높은 공직에 오르면 목에 힘이 들어가기 십상인데, 이 친구는 옆집에 사는 인심 좋은 '털보아저씨'같은 인상이 트레이드마크일 정도로 '머리'보다는 뜨거운 '가슴'이 생활화되어 있어 항상 '사람냄새'가 넘쳐흐른다.  

아울러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그 모든 문제들은 사실 '억지'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친구는 타인을 설득하려 들지 않고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주며 어떤 유혹이나 불의와도 결코 타협을 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청량리경찰서에 20일간의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던 친구는 서울남부지원 재직(초임발령) 당시 꽁꽁 얼어붙은 공안정국임에도 데모하다 붙잡혀 온 학생들의 영장발급을 하지 않아 친구가 당직일 경우 검찰쪽에서 곤혹을 치를 만큼 소신있는 판사로 유명하였다.

남달리 애향심이 강한 친구는 1991년 대전지법에 부임 이후 지역사회발전을 위하여 스스로 향토판사를 자원하여 '향판1호'로서 지역 권익보호에 앞장서 왔었고, 최근 향리인 공주지원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공주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기반조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하루 하루의 삶에 진지하고 성실하다보면 그보다 큰 즐거움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는 배움의 열정 또한 대단하여 외국어·컴퓨터공부를 생활화하고 있으며 단소는 국악합주(경남 거창지원 재직시)까지 할 실력을 갖고 있다. 또한 1995년에는 「띄어쓰기용례」를 편찬(대법원 맞춤법자료집 수록)하여 다른 법조인들의 판결문 작성 시 참고도서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문과 서예에 정진하고 있는데, 특히 공주지원 직원들에게까지 붐을 일으킬 정도다.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친구가 추구하는 참된 삶의 의미가 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빛과 소금이 되어 '꾸미지 않아도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중규 기자·iota-@dtnews24.com,

강민아 기자·espree@dt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