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이었던가? 아님 지난달 이었던가?

아무튼

동네 은행에 돈을 입금하러 갔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여 안면이 약간 있는 여행원의

카운터로 가서 자기 앞 수표 몇 장과 현금을 내놓고

입금하러 왔다고 하자,

그 은행원이 수표 이면에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라고 했다.

보통 때에는 은행원이 알아서 통장 번호나 이름을 쓰고 입금 처리 해

주었는데 그날따라 나보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라고 헀다.

그 순간, 도대체 내 이름이 생각 나질 않는 거다.

내 이름이 뭐지???

난 당황해서 카운터의 여행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 내 이름이 뭐죠? “

친구 여러분!

이름을 잃어 버린 사람이 저 혼자 뿐 일가요?

우리가 보낸 지난날은 내 이름으로가 아니라 조직사회의 김대리,

박과장, 이부장으로 자신의 이름도 잃어버려 가면서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아온 세월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나 이제는 고개를 돌려 옆도 보고, 뒤도 돌아 보기도 해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겠습니다.

이번 졸업 30주년 행사가 항상 만나는 친구보다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며, 지난 30년 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찾아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IMF기간을 빼고는 40년 만에 처음이라는 이 불황기에

졸업 30주년 기금 모금에 참여해 주신 동기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사정상 참여하지 못한 친구에게는

마음에 부담만 준 것 같아 미안하단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교정을 떠난 후 30번째 맞는 가을의 한가운데 서서 먼저간 친구들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10월

대전고 52회 재경 동기회장

                                                     이     정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