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김 훈

(2009-06-20 17:06:54, Hit : 5421, Vote : 0)

2박3일 (1부)-그 황홀한 첫날밤

남도 여행을 가잔다. 그것도 1박2일도 아닌 2박3일로.

슬로우시티라고 들어보셨나요? 나는 대왕광세한테 들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슬로 시티가 우리나라에만 4곳이 선정되었다한다(시시비비는 대왕광세한테 문의 바람)
완도 청산도,담양 창평마을,전남 장흥,신안 증도.

슬로우라.......
느림의 미학.
자연에 다가 가지 않고 자연을 기다리는 느긋한 기다림.

남도라........
남도는 언제 보아도 독특하고 아름답다.
바다를,바다를 향해 줄곧 달려 온 땅들이
땅 끝에 고단한 여정을 내려놓은 그 곳.
남도는 언제 보아도 어머니 품마냥 그리워지는 곳

대왕광세,성골희서,갑골인규,진골덕록,개골건정이 발기를 하였고
막판에 어찌어찌하다 낑기게 된,잡골김훈.이렇게 여섯명이 모였다.

5월8일,어버이 날 아침에 일찍 모였다.
효도할 어버이도 이제는 안 계시고 효도하겠다고 언질을 주는 자식들도 없어서 어버이날,우리끼리 축하하며 떠나기로 했다.
누가 그랬던가,
우리 세대는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고 자식에게 효도 못 받는 첫 세대라고.

카니발 한 대에 배낭과 바둑판을 싣고 시동을 건다.
카니발.
자,떠나자.남도로.우리들의 축제,카니발.
카니발 바퀴가 구르자 마자 뒷좌석 멤버들(non-성골)은 쌍스럽게 뽕 소리내며 맥주병을 딴다.

이번 축제 여행의 컨셉은 "느리게 늙자!"
느리게 늙는 여유는 한 잔의 술로 시작된다.
진,갑,개,잡골 들은 잔을 부딪히며 구호를 외친다.
"느리게 늙자,아자,아자,아자"

오줌 마렵다고 휴게소를 외쳐 대는 개골건정에게 페트병만 던져 주고 내리 달려 도착한 송광사.
순천에서는 미모를 뽐내지 말라 하였던가,,,,,
대왕광세가 이쁜 식당 아줌마 졸졸 따라가더니 명함을 받아왔다.(사진에 명함 보이지요?)
내일밤 숙소는 송광사라면서.
내일 밤은 방을 두 개 잡는단다.온돌 단체방 하나와 2인용 침대방 하나.
내일 밤 침대방 사용 1번 타자는 대왕광세다.그 담은 꼴린 순서대로 들락날락 혀!
너무 오래 시간 끌어 민폐끼치지 말고 대충 대충 혀!

벌교다.
벌교 꼬막 정식과 짱뚱어탕.
낮술에 취해 조용하던 갑골인규(다른 이름:먹골인규)는 먹을 것만 앞에 놓으면 아예 말을 잃는다.
조용히 숟가락,젓가락만 움직여 임플란트 내구성 동작 시험을 한다.
체어맨 팔아서 임플란트하길 잘했지,저렇게 복있게 먹는 애는 첨본다.
(전문 용어로는 먹을쌍 존나 밝힌다 라고 하지요)

강진 다산 초당.
입구에는 다산 축제가 열리고 차 시음회와 서예전이 벌인다.
조용히 두충나무 나무 길을 걸어 다산 초당에 도달하니 마침 제사를 모시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멋진 찻집이 있어 은은한 차 한 모금 하려다 곡차를 마시자는 개골건정의 간청을 못이겨
윗집 주막으로 발길을 돌렸다.
곡차를 주문하고 상을 차리는 사이,,,,애덜들의 기다림의 얼굴들.
성골희서는 주모 따라 부엌에 다녀 오더니 입을 못다물고 있고 대왕광세는 내일 송광사의 밤을 기대하는지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네.
나머지 갑,진,개,잡골 들은 신경 쓸 거 없지만,,,나름대로 기다림의 미소를 짓는다. 곡차오기를.

자,이제 첫날밤 잠자리인 진도 나갑니다
진도간다.
일몰이 절경이라는 첫날밤을 보낼 펜션을 찾아 간다.
곡차 마시느라 시간을 보내서 결국 일몰은 보지 못했다.

에헤라 보지 못하면,에헤라 다음에 보지.
에헤라 자지 못하면 ,에헤라 다음에 자지.
비록 오늘 보지 못하고 자지 못한들 언제가는 보고 자고 하겠지.
이게 기다림의 미학이 아니더냐.

짐을 풀고 부랴부랴 통돼지 김치찌개와 만두 전골로 저녁 상을 차린다.
남들은 다 먹고 있는데 개골건정 혼자만 마시고 있는거 보이지요?
에라,,왜 이리 사진이 흔들거리는게냐,,,
바둑도 두고,쓰마(셋이서 하는 약식 마이티)도 하고
이렇게 첫날 밤은 뿌옇게 기억속에 흔들리며 흘러갑니다.

다음에...둘쨋날,둘째밤,,,,올라갑니다.

황규동 (2009-06-22 12:40:42)

훈아...
니 잘 논다???ㅋㅋㅋ(???여기서 논다=인생 삶이 멋지다의 오역임)
내가 잘 아는 친구들이시네....
넌 역시 멋져.....
건정이두 멋지다(서운했제)
아무튼 추카한다
멋진 날들을 수놓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방가워....
내 카페로 퍼간다아
다움에서 " 블루빌리지" cafe.daum.net/bluevillage

김진성 (2009-06-22 17:22:32)

풍류를 아는 멋진 친구들!..엄청~부럽소이다! 난 언제쯤 그 대열에 꼽사리한번 끼어볼란지? 그러나,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친구들이 건재하는 한....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근데, 그토록 순진한 대왕광세가 주모... 어쩌구?....아!~ 송광사의 밤(제2탄)이 기다려지는구려.
훈이야! 가위질 하지 말고 다 내 보내라, 잉~?

김건정 (2009-06-23 10:40:26)

멀쩡한 사람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걸레가 되듯.
순진한 놈들도 집을 나와 헤매니 한량이 된다.
아무데나 걸치고 쑤시고 들어갈 틈만 있으면 들이 밀고.

하긴 뭐 인생이 별건가.
맘 내키는대로 살면 되지.

임경묵 (2009-06-29 20:15:23)

완도 여행 중에 대왕광세의 전화를 몇 번 받아 통화를 했었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그래 멋지다. 전화해서 모이고, 자동차 같이 타고, 목마르면 마시고, 졸리면 눕고, 배고프면 먹고, 찍고, 빼고 등등...
수십년 수축되어 있던 머리와 몸통 그리고 사지를 이완시키는 여행, 멋져부러
가는 인생 잘 보내는 것도 우리들이 할일 아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