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두달 가까이 지났다.
내가 홈피에 올린 동우에 대한 아쉬움에 보답이라도 하듯 훈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동우가 잠든 대전의 공원 묘지에 같이 가자는 것이다.
차량은 사랑방 터주대감들인 (오)광세와 (김)훈이가 준비하고 우린 그냥 따라가면 된다.
아침 9시에 명학역(훈이 사무실 근처)에서 먼저 오는 사람 2명을 태우고 훈이가 출발 한단다.
나머지는 광세차로 뒤따르기로 했고...
성당 연령회(鍊靈會) 사무실에 들러 성수(聖水)와 고상, 연도책등을 챙겨 가방에 넣어왔다.
(김)성중이와 (정)을석이 먼저 도착하여 훈이차로 출발해서 천안에서 대기중인 (기)희서를 픽업하기로
했고 우린 그냥 따라간다.
(김)건정 사범이 사주는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광세차로 출발했다.
출발에 앞서 약 1주일 전에 동우 미망인(안젤라)에게 동우의 묘지번호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묘지에 찾기로 했다는 소식을 알렸으나 시아버지(동우 부친)께서 편찮으셔서 병원에
있어야 한단다.
자꾸 연락하는 것도 결례인것 같아 더이상 연락하지 않고 출발한 것이다.
이미 산에는 밤꽃이 가득하다. 어떤 산은 산 전체가 밤나무인 것 같다.
인간 네비게이션인 광세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한참을 달리는데 광세의 전화가 울린다.
대전에서 합류키로 한 (김)덕록이다. 술과 북어등 필요한 제수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원래 천주교에선 제사를 허용하고 있다.
훈이편에서 준비하기로 했고 11시 조금 지난 시간에 동우가 잠든 곳에 도착했다.
그동안 묘지 위치때문애 옥신 각신 했지만 비교적 쉽게 찾았다.
고상을 놓고 초를 켜고 종이컵에 준비한 향을 피운 후 성수를 무덤 주변에 뿌렸다.
그리고 준비해온 연도책을 나누어 약식으로 8명이 연도를 했다.
연도는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로 박동우 스테파노의 승천을 기원하는 기도이다.
같이온 친구중 천주교인은 나와 성중이 뿐인데 다들 한마음으로 연도를 하니 동우가 참으로 부럽다(?).
어떻게 하면 종파를 떠나 모두들 그리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지루한 길이 되었다.
원래 휴일 오후 귀경길은 막히기 마련이니 어쩔수 없이 광세는 국도쪽으로 빠져나왔다.
훈이 일행은 앞서 출발하고 우리는 오는 도중에 천안 공원묘지 근처에 와서 작년 8월 20일 유명을 달리
한 (이)평을 생각하며 막걸리 한잔했다. 이번 8월엔 천안에 다시 오자고...
서울에 돌아와 이번 여행에 동참한 친구들과 범계역 근처에서 술한잔 같이 했다.
훈이, 건정이, 희서, 덕록이, 성중이, 을석이, 광세, 모두 자신들이 가고 싶어서 갔다고 말하지만
나에겐 참으로 고마운 친구들이다.
대부 입장에서 대자의 무덤이 어디 있는가를 모른데서야 말이 안된다.
그래서 가 보고 싶었고, 연도한번 하고 싶었고, 성수 뿌리고 기도하고 축복하고 싶은 모든것을
친구들 덕분에 완수했다.
누군가 내게 말한다. "너는 오래 살아 나 죽으면 네 손으로 염해줬으면 좋겠다."
글쎄...
비록 성당 연령회 일 때문에 염하는 것을 배우고 성당에서 봉사는 하고 있지만 친구들을 염하기 보다는
친구가 나보다 더 오래 살기를 빌고싶다.
친구를 먼저 보내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죽음과 관련한 봉사가왜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내년에도 가능하면 또 핑계삼아 여행한번 하고 싶다.
먼저간 친구를 찾아 내가 갈 곳을 미리 연습하는 또 하나의 여행을...
사진은 훈이가 찍어 올린 것이다.
아직 사진 올리는 법을 몰라서...
고 박동우 스테파노의 幽宅. 동우의 붉은 가슴의 열정보다 조금 덜 붉은 모란꽃을 올렸읍니다.
그리고 동우가 좋아하던 소주.....
동우아,편안하지요?
부족하지만 동우의 代父인 제가 추모의 념으로 촛불을 밝히고 향을 피웠읍니다.
聖水를 동우의 유택에 뿌리면서 영원한 안식과 빛을 기원하였읍니다.
동우의 술 친구인 건정이가 대표로 동우에게 소주를 올립니다.
반갑지,동우야. 어여 한 잔 드셈
친구들과 함께 연도를 올렸읍니다.
비록 앞서고 뒤서고 목소리는 맞지않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똑같았읍니다.
편안해라,동우야
동우와 같이 술을 나눠 마셨읍니다.
참 따스하고 꽃같이 아름다운 화사한 봄날이었읍니다.
동우야,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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