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정(2005-10-05 17:35:58, Hit : 4622, Vote : 2) 
 어느 하루 (6) - 타는 눈으로 -


친구 놈이 이 여자와 관계를 했다고?
그걸 했다고? 언제? 나도 모르게 언제?    

이 놈이 했다고 자백하면 난 또 뭐냐. 공범 아니겠냐고.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나.

언뜻 이경규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게 보인다.
걔는 꼭 쪽팔릴 때만 찾아 와서는 신이 나서 떠드는데.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대낮에 젊은 여자와 어쩌구…
그게 그렇게 좋습니까?”

그러면서 ‘양심불량’ 표지를 이마에 떡 붙여줄 게
아니냐고.

우리 동기 놈들도 테레비 보면서…

“저 놈 쌤통이다. 홈페이지에 올리는 거라곤
동훈이 말대로 맨 화장실 아니면 야시꾸리한 것만
올리더니 말야”

하면서 썩은 미소를 짓는 게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런 상황은 절대로 안돼. 절대로. 그래서...

“야, 네가 언제 했냐 임마. 네가 번개야? 아님 토끼야?”

하고 다그쳤다. 남의 처지도 생각해야지 자기 꼴리는 대로
말하는 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했다니깐”
“마, 언제 했냐구. 증거를 보여봐”
“나는 했다는데 왜 그래?”
“어쭈구리. 너 키스한 거 갖고 그래? 그건 성매매가
아냐. 너 혹시 손가락 넣었냐?”
“아니”
“거봐 자식아. 손가락 넣어도 성매매는 아닐텐데”

상상 임신이라는 건 들어봤다. 그러면 신체까지도
임신한 거와 똑같이 변한다던데.
그런데 상상 섹스라는 것도 있나. 지가 한 줄로 착각하는.

옆에서 지켜보는 형사도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이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서로 했다 안했다 옥신각신하는 게 한심해 보이는지
잠시 멍하게 쳐다보더니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 이 양반들이 지금 공권력을 희롱하나?
깜방에 넣어줘야 정신차리겠군"

하고는 침 튀기며 눈알을 부라린다.

"지금부턴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시오”
하더니 취조 조로.

“이 아가씨들이 직장 부하들 아니죠?”
“예”

이젠 체념하여 대답했다. 더 이상 우길 건덕지도 없다.
직장 부하라면 이런데서 가슴에다 물 발라 놓겠냐구.
몰래 숨어서 했겠지.

게다가 닳고 단 형사 놈은 처음부터 아닌 걸 눈치챈 게
뻔한데. 그리곤 갖고 노는 꼬라진데.  

“자, 그럼 이 아가씨들과 그거 했소?”
“아뇨” 하고 내가 대답하자,
“했다니깐” 하고 친구 놈이 벌떡 일어나 빽하고 소리지른다.

슬쩍 올려다본 눈에 독기가 서려있다.
저런 상노모 자식. 이거 환장하겠네. 그런데 가만.
이런 광기서린 눈을 본 기억이 있는데. 어디서더라.

‘아 맞아. 그때 거기였어'

초등학교 2학년 때 이 친구와 몰래 갔던 곳. ‘우산 세개’ 노래 얽힌 곳.
여자 셋이서 벗고 나란히 누워 있던 냇가 수풀 속.

이 친구와는 발치 쪽에서 보고 있었다. 그러다 구분이
잘 안되고 감질나 더 앞으로 가서 보자고 했었다.

‘낮은 포복 앞으로’ 하면서 살금살금 앞으로 전진했다.
3보 1배라던가. 3보 전진에 술 한잔. 아니고 적정 탐색.
다시 3보 1탐(探)...

재잘재잘 소리가 눈에 잡힌다. 수건 하나씩 가슴에 얹고
얼굴에는 밀짚모자를 덮고 태양을 향해 누워있다.

‘하늘 향해 두팔 벌린 나무들 같이~’
노래가 생각났다. 잎이 없이 줄기만 있는 나무들 같이.

“야. 여기서 보자. 더 가지 말자고”

내가 말했다. 여기는 풀 숲이라 은폐도 잘 되고 더 가면
들킬 염려도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에 숨이 막힌다.

“아냐. 조금만 더 가자. 확실히 보게”

짜식. 확실히 봐서 뭐 할건데.
답답했지만 그 고집에 조금만 더 가기로 했다.

다시 3보 1탐하며 전진하는데 친구 놈은 그 휴식 시간에도
눈을 재게 돌린다.
‘에이 밝히는 자식’

다시 포복하며 3보 전진 중인데 이 친구가 힐끔힐끔 보면서
나아가다가 돌을 헛짚어 ‘딱’ 하고 돌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수그리” 친구가 짧고도 낮게 말했다.

나는 얼른 땅 풀 바닥에 얼굴을 쳐박았다. 가슴이 방망이쳤다.

“얘, 무슨 소리 못 들었니?”
“응. 무슨 소리가 난 거 같은데?”
“들고양인가?”

그때 친구가 ‘야옹’ 하면서 소리를 냈다.
이런 엉뚱한 놈 보게. 내가 듣기에도 어설픈데.

이 시끼는 늘 필요없는 짓을 만들어 해…
아니나 다를까,

“누구요?”
“……"
“누구냐니깐? 허숙이니?”
“…..”
“너 어떤 놈이야?” 하고는 가운데 여자가 몸을 일으킨다.

난 이제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이 땅속에 세치는 파고 들어갔다.
들켰구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몸은 사뭇 떨린다.

“어떤 시끼야? 이리 나와”

저 목소린. 그래 아랫 마을 봉숙이 누나야.
4학년 봉숙이 누나.

머슴애 같은 난폭함에 싸움이라면 조폭 같은 수준으로
웬만한 남학생은 죄다 두드려 팬다는.

"안 나와? 야?"

봉숙이 누나 목소리가 날카롭게 허공을 찢었다.
그때였다. 이 놈이 몸을 벌떡 일으킨 건.

“나왔다. 왜” 하고 소리쳤다.

땅에서 언뜻 고개를 들어 이 놈 눈을 쳐다보니
눈이 이글거렸다. 그리곤 봉숙이 누나를 같이 째려본다.

“꺄아악….”

여자 세 명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맞아 이 눈였어. 그 날카롭고 독사 같은 눈…’

갑자기 친구놈이 불쑥 튀어 나오자 여자들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뒤돌린다.

드센 봉숙이 누나도 갑작스런 사태에 어쩔 줄 모르더니
“너…너…너” 소리치면서 얼른 돌아서 가슴을 가린다.

세명의 여자가 뒤로 엉덩이만 보였다. 그리곤 돌처럼 굳어있다.
한명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둘은 가슴을 가렸다.

언뜻 보기에도 똥꼬에 힘주는 것 같았다. 그리곤 행여
뒤에서 틈새로 보일까봐선지 다리를 쫙 꼬고 있다.

몇 초가 흘렀을까, 봉숙이 누나가
“네네들 빨리 안 꺼져? 씨. 죽여버린다”

하는 소리에 난 퍼뜩 정신이 들어 뒤로 줄행랑을 놓았다.
도망가다가 뒤돌아보니 친구 놈은 어슬렁 어슬렁 걸어온다.
      
“쳇. 나오랄때는 언제고” 친구가 말했다.
이제는 개선 장군같이 어깨까지 으쓱이며 휘파람을 분다.

그 대담함이 그때는 무척 부러웠는데.
근데 지금은 그게 아닌데. 전혀 딴판인 처진데.

그때 봤던 이글거리던 눈.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하게
광기까지 서려 푸르게 빛나는 듯 했다.

그 눈이 형사를 노려보자 독살 맞은 형사도 순간 멈칫했다.
잠시 말문이 막히고 약간 주눅이 든 듯했다. 그러다가.

“했다 이거요? 나중에 딴소리 마쇼”
“글쎄 알았다니깐”

친구 놈이 갈라지는 말투로 짜증스럽게 말했다.
왜 그리 했다는 거야? 안 했다면 될 것을.
이 놈이 정말 하긴 한 건가? 이젠 나도 헷갈린다.

내가 아까 화장실 간 사이에 했나?
그 성질빼기 보면 무슨 짓이건 할 수도 있는 놈이긴 한데.

진위야 어쨌든 난 여길 피해야 산다.
그래서 수습을 위해서 나름대로 짱구를 굴렸다.

“이 놈은 그거 했다는 데 증거가 있냐구요.
형사님이 이 놈 바지 까보세요. 그럼 냄새라든가
무슨 흔적이거나 뭐 알 수 있을 꺼 아뇨?”

“하긴 그렇네. 그럼 아가씨부터 검사해보죠”

이것도 레이디 퍼스튼가. 밝히는 형사 시키.

“뭐라구요? 어머 이 아저씨 봐?”
“남자는 하고서도 닦으면 표시 안 나지만 여자는
그래도 그게 좀 남아 있거든”

구렁이 같은 놈. 능글거리는 꼬라지가 벗길 기세이기에
내가 한가지 제안했다.

“형사님, 설혹 했다 합시다. 성매매라는 죄가 성립되려면
돈이나 무슨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소”
“그럼 아가씨 수중에 돈 있나 보면 될게 아뇨? 한 20여만원”
“아, 그렇네요. 내 핸드백하고 옷 전부 뒤져보세요. 만원도 안되니까”

하고는 아가씨가 얼른 핸드백을 테이블 위에 턱 올려놓는다.
그 형사도 약간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월척을 눈앞에서 놓치는
기분인 듯 했다. 형사가 쩍하고 입맛을 다시는데.  

그때였다.
“여기” 하는 소리가 쩌렁 울렸다.

눈을 들어 위를 쳐다보니 푸른 나뭇잎이 내린다.
아니 배추가 내린다.
그리곤 사이 사이로 흰 눈이 내린다.

록키던가 영화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곤죽되게 맞자
코치이던 바바라 스트라이샌드가 기권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흰 타월이 슬로우 모션으로 너울대며 떨어지던 장면.
지금 흰 수표가 나풀대며 떨어지고 있다.
만원 사이로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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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다마 **

오광세 산사춘 총무가 고개 숙인 동기들을 위해서 약을
희사하겠다는 말을 했다.

등산 온 사람들 중에서 추첨하여 부상으로 준댄다.
밤에 마누라 눈치 보는 동기는 참여가 바람직할 듯.

얼마 전 박영선 대전 전 총무를 봤었다.
예나 이제나 정열적인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한가지.
‘X할, 존마니’ 등 아랫도리 물건 칭하는 말은 말투에 으례 붙는다.
아직도 양기가 입으로만 모이는지 대단한 입심이다.

한데 내가 언뜻 보기엔 이게 허세일 듯 싶었다.  
대흥동 토박이니 물건을 단련시킬 기회도 없었을 것이며
변태적인 것에 관심이 유난한 걸 보니.

박총무님, 권하노니 등산에 나와 약을 타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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