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6] 금혼을 넘어 금강혼 입니다. (free)

◎ No, 476
◎ 이름: 김의중
◎ 2002/11/13(수) 17:25 (MSIE5.0,Windows98,Q312461) 211.186.105.196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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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혼을 넘어 금강혼 입니다.

(조선일보 11월11일자에 김억중 동기의 부모님 금강혼에 관한 기사가 있어 올립니다.)

더욱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사람들] 김용덕·신소저씨 결혼 70주년 축하잔치
▲사진설명 : “토닥토닥 말다툼하시는 건 지금도 여전하시죠.그게 두 분 사랑의 영양제고 활력이 아닌가 싶어요.”아래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셋째딸 계중,넷째아들 억중,둘째아들 대중,맏아들 인중,막내아들 항중,셋째아들 영중,둘째딸 효중씨.

온 산이 마지막 단풍으로 활활 타올랐던 지난 9일, 충남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 들판에서는 단풍빛보다 더 곱고 신명나는 잔치가 열렸다. 김용덕 (84)·신소저(88)씨 부부의 결혼 70년을 축하하는 금강혼(金鋼婚) 자리. 자그마치 70년 세월을 해로한 부모를 위해 8남매 자식들이 마련한 잔치에는 피붙이는 물론 이웃과 친구들 100여명이 모였다.

잔치는 이들의 맏아들이자 가톨릭 사제이며 화가인 김인중(62) 신부의 미사 집전으로 시작됐다.

“하느님의 영원에 비하면 70년이란 눈 깜박할 순간에 불과하지만, 이혼이 늘고 가정이 무너지는 요즘 사회에 저희 부모가 전하는 메시지가 있을 듯하여 조촐한 잔치를 열게 되었습니다.”

14세 꼬마신랑과 18세 누이 같은 색시로 연을 맺은 노부부의 삶은, 김 신부의 표현을 빌리면 “실패의 연속”이었다. 남을 잘 믿었던 탓에 가마니로 돈을 쓸어담을 만큼 풍요로웠던 재산은 하루아침에 날렸고, 남에게 잘 퍼주던 탓에 쌀독은 언제고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자식농사만큼은 심혈을 기울였다. 양계업 실패 후 학교의 행정직 말단으로 일하면서도 자식 공부 뒷바라지라면 딸이고 아들이고 간에 빚을 내서라도 했고, 그 덕에 5남3녀의 자식들은 모두 대학에 가서 그 중 다섯 명이 교수가 됐다.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명성을 날려온 김 신부는 “글씨 잘 쓰시던 아버지, 무학(無學)이지만 색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던 어머니의 재능을 제가 물려받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부부의 가장 큰 슬픔은 10여년 전 큰딸 연중씨를 암으로 잃은 것이다. 고생만 실컷 한 맏이를 가슴에 묻고 식음을 전폐했던 이들 부부는 회혼(回婚)이라 불리는 60주년 결혼 기념식은 물론 칠순잔치도 마다했다. 그나마 금강혼 잔치는 구강안면 암으로 사투를 벌이다 기적적으로 소생한 둘째 아들 대중(53·전 LG전자 이사)씨의 간곡한 청으로 이뤄졌는데, 노부부는 내내 어색하고 무안하다는 표정이었다.

“비결이 뭐 있어요. 비바람도 불고 폭설도 쏟아지고 했지만, 가끔 해뜰 날이 있었으니 고것 바라고 살아왔지요.” 예술인들과 친분이 깊은 넷째 아들 김억중(47·한남대 건축공학과 교수)씨의 아이디어로 잔치는 신명나는 장단으로 이어졌다. 걸쭉한 입담으로 귀를 즐겁게 한 피아니스트 임동창씨, “결혼이 바로 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아니오”라고 해서 관중들 웃음보를 터뜨린 인간문화재 김대균씨의 줄타기 등 태평소 가락 흐드러졌던 잔치는 인근 동리 사람들을 다 불러모으고도 남았다.

(공주=金潤德기자 si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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