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계절을 재촉하는 찬 바람이 낙엽을 꽃잎처럼 날리고 있습니다
늦가을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지 않나요?
우울함을 낙엽처럼 날려 버리고
선하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봅시다!

깊어가는 가을 바람에 낙엽이 지듯,

인생도 육체도 세월과 함께 흐르고 기웁니다.

그런데도 그 세월을 향해, 내일을 향해 오늘도 땀을 뻘뻘

흘리며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것은, 당신의 어깨 때문입니다.

혼신을 다해 달리고 또 달리다 마침내 인생의 꽃잎이 떨어지고

육체의 기운마저 메말라 기울 때, 아내의 그 따뜻한

어깨에 기대어 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오늘은 나의 어깨가, 내일은 아내의 어깨가

우리의 힘이며 희망입니다. 

--------------------------------------------------------------------

대둔산에 올라

굽이굽이 대둔산 가는 길
발아래 청소년 수련원은
아들이 작년 여름 수련회를 왔던 곳
남도로 넘어가는
시월 단풍이 곱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며
숨이 찬다
천지가 어두워지고 말소리조차 가물거린다
토할 것 같은 오심(惡心)
군대간 아들은 지금 극기 훈련 중
또 연병장을 막 굴러다닐까

형형색색의 등산객이 일렬로 공중에 떠 있다
하늘에는
원색의 젊음이 가득하다
금강 구름다리
깎아지른 양 절벽 사이엔

거친 숨 다시 몰아
기암절벽 정상에 오르니
희뿌연 하늘과 닿은 먼 산의 무채색 능선들
노을처럼 밀려 와 산자락에 머문다

파스텔 색채가 다가와 정돈 된
시리도록 붉고 노란 단풍
바위 틈 잔솔이 오히려 곱다

낙조대의 찬란한 석양에
나는
한 점의 흰 구름이 된다

          
           -시집 "고도의 초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