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정 " 홀- 인원 "(박동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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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410 ◎ 이름: 김건정 ◎ 2002/7/4(목) 16:50 (MSIE5.01,WindowsNT5.0) 168.159.1.83 1024x768 ◎ 조회: 92 | |
 Re.. 희동구(喜東求) 145 야드 파 3 홀. 오르막이어서 캐디 아가씨가 좀 더 보란다. 아이언 6번을 잡았다. 먼저 친 유재덕 후배(60회)는 8번으로 치던데 약간 쪽팔리긴 하지만 어쩌랴. 한번 빈 스윙을 한 후 적당히 휘둘렀다. 간만에 상큼하게 맞았군. 느낌이 왔다. 공의 궤적이 깃대로 안겨든다. 그런데 후배가 통에 구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단다. 광세도 맞장구 쳤지만 에이, 내 주제가 그럴리가 없지. 그린 쪽으로 다가가면서 전에 언뜻 들은 말이 생각났다. 홀인원을 한 어떤 사람이 기념 식수로 700만원 짜리 소나무를 했다는. 들어갔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면서 그린에 다달으니 그린 위에는 변방의 후배 공 말고는 없었다. 얼른 그린 주위도 훑었지만 썰렁. 정말 들어간거 아냐? 하면서 아침에 둘째놈 학원비 타령하던 생각이 났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몰래 빼놔야지' 캐디에게 슬쩍 물었다. 홀인원하면 기념식수도 하느냐고. 안해도 된단다. 휴, 살았다! 평이가 홀에 먼저 도착하여 홀을 보더니 공이 들어있다고 소리치며 끄집어서 내게 던졌다. 짜식, 급하긴. 홀속에서 당당히 팔짱낀 모습을 못봐서 아깝긴 하지만. 동료들 하이파이브(나중에 싱글 후배 고백은 배아파 죽을뻔했다지만. 그 소릴 들으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와 먼저 홀아웃한 팀의 박수를 받으며 공을 집어들었다. 내 공 Titleist !!! 공 흰 얼굴에서 얼핏 재는 웃음을 본 것 같았다. '나 일등먹었어' 외침을 들은 듯도 하고. 집나간 자식을 만난 기쁨이랄까. 순간 격정의 여의도 응원 모습이 오버랩된다. 對 이태리전. 동기회 모임 중 이태리를 이기고 우리는 열기를 주체 못하여 밖으로 나왔다. 여의도 길바닥에 널부러져 둘러 앉아 캔맥주를 마시던 기쁨. 온통 빨간 너울 어울어져 덩실 덩실 춤추며 외치던 대~한민국. 만나는 이마다 얼싸안고 외치던 나의 조국. 남녀노소 한몸되어 외쳤다. 수많은 인파중에서 YTN이 훈이를 인터뷰 한 것이 노(老) 대표로 선택되어진 것 같아 약간 가슴아프긴 하지만 그게 대수랴. 백일점.. 붉은 벌판에서 유난히 희게 빛나던 머리에... 난 자랑스럽게 말할 수있다. 내 후손에게. 난 월드컵 4강 때 그 현장에 있었다고. 보았노라고. 그리고 조국을 맘껏 외쳤노라고..... 6월 월드컵 기간 중 난 평소보다 10배는 성실하게 살았다. 징크스가 되어 패할까봐 금욕도 하였다. 비록 준결승 전날(6월24일) 술기운에 순전히 우발적인 실수를 하긴 하였지만. 변태 근방에도 안가고 착한 마음 먹으려 애쓰며 뭘 먹을 때도 예쁘게 생긴 걸로 골라 먹고. 그 좋아하는 아구찜도 안 먹었다. 태교하는 심정이 이럴까. 양반은 물에 빠져 죽어도 개헤엄은 안친다길래 나도 집가는 지름길인 개구멍을 피해 다녔다. 와이프하고 비어스타운에서 응원할 때 호프 건배로 네번씩 부딪히길래 왜 하필 네번이냐고 핀잔했다가 삐지는 바람에 다음날 아침을 굶은적도 있고. 그런 나의 순수함과 절제에 반하고, 4강까지 이르면서 숱한 격정과 흥분을 경험한 내게 골프여신이 선물을 하사하신게 아닐까. 자신의 몸을 살짝 열어... 젖은 홀에 직방으로 받아들인. 짜릿한 오르가즘으로... 월드컵 기념휴일(7/1)에 얻은 뜻깊은 홀인원(忽引圓). 홀연히 원통으로 끌리다. 히딩크가 희동구(喜東求: 기쁨을 동방의 나라에서 얻다)라면 김건정도 喜東求(기쁨을 동진에서 얻다)다. 4강 확정 다음날, 난 한강변을 홀로 걸었다. 제법 뿌리는 빗줄기를 가슴에 그냥 받으며 하염없이 걸었다. 월드컵 4강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 울었나보다. 감동의 질곡을 추스리기 위해 이리 시원한 비를 흩뿌리나보다. 퍼뜩 상념에서 깨니 이제 마지막 홀. Titleist 공을 티에 올려놨다. 타이틀자 답게 공을 폼나게 날려야지. 본때를 보이려고 있는 힘껏 휘두르니 신나게 나간다. 어어 휜다. 숲속으로 OB. 순간 하석주가 생각났다. 멕시코 월드컵에서 한골 넣더니 광분하여 백태클로 퇴장당한. 동료들이 만장일치로 홀인원 기념 멀건 하나 주는걸 받아 다시 쳤더니 뒷땅이다. 일명 쎄시아. 그 머쓱함이라니. 어느 건장한 남자가 레이디티에서 티샷을 하더란다. 불의를 보면 못참는 내 동료가 소리치길 "거기는 레이디티고 남자는 저쪽에서 쳐야돼요." 했더니 얼굴이 벌개진 그 남자가 "쎄시아" 하더니 냉큼 쳐버렸다. '쎄컨샷이야 X발놈아' 란 뜻이란다. 이미 흔들린 나는 마지막 1M 퍼팅도 살짝 벗어났다. 140여 미터도 단큐에 넣었는데. 하긴 이런게 골프 매력일지도 모른다. 골프여신은 내가 자만심을 갖는 걸 경계하시는 모양이다. 클럽하우스로 가면서 저 아래를 내려다보니 들판 사이로 산자락이 양쪽에서 에워싸며 길게 펼쳐져 있다. 멀리 오두막 가물거리는 연기가 하늘에 닿았다. 예산에 있는 김종필씨 부모묘지가 천하 명당이라고 소문났었는데 어쩌면 이리 분위기가 닮았는지. 이런 풍광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다니. 맘 여유없이 공치다가 마지막에사 경치가 눈에 들어온 것이 어쩌면 인생을 닮았다. 허겁지겁 살다 찬찬히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있으면 어느덧 파장이다. 그래 여유로이 살자. 둥글둥글 살자. 늬엇늬엇 지는 황혼 햇살 받아 붉어진 산비탈길 내려오는 마음은 암연히 수수롭다. PS. 홀인원 확률 : 라운드당 1만7백38분의 1(아마 기준). 10번만에 넣었으니 언제나 또 할꼬... 벼락맞을 확률 : 8500분의 1(7번 맞은 사람도 있다함). Whole In One, 내 생애 딱 한 번이면 족하다. 더 하면 남의 걸 뺏는 듯도 하고. 박사부님, 3년 만사형통은 꿈도 안꾸매 1년만이라도 잘 지도 부탁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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