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프쟁이를 만날 때는 으례히 화장실을 찾는다. 부드러운 화장지를 찢어 만 후 침을 바른다.
그리고선 귀에 단단히 박은 후 제 자리로 온다. 좌중에서 좍 웃는 걸 보니 아마 19번 홀 얘기쯤 되리라.
가끔 나를 보며 뭐라고 하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한번 씩 웃고 어제 먹다 만 노가리를 생각한다.  

골프라면 입에 게거품을 무는 사람치고 골프의 어원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내가 현지답사를 하며 발품팔아 확인한 바로는 다음과 같은 정설이 있다.

16세기 초 스코틀랜드 지방에 한 목동이 살고 있었다.

드넓은 초원에서 양을 치면서 사는 그에게 친구라고는 같이 양을 몰아주는 셰퍼드뿐이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느라 그는 나무로 작대기를 만든 후 저만치 구멍을 팠다. 

그리곤 탱자 열매를 따서 작대기로 쳐 넣는데 시간 보내기는 그만이었다. 차츰 요령이 생기자 작대기도 끝부분을 호미,괭이, 써래, 삽모양 등 여러 종류를 만들고 구멍에도 표주박같은 걸 박아 넣어 소리가 나게 만들었다.

아랫 마을에 그를 좋아하는 처녀가 있었다. 어느 해 발애인타인(發愛人唾印) 날이었다.
 (역자주) 發愛人唾印 (唾: 침타, 印: 도장인) : 애인을 뽑아 침으로 도장찍는, 일명 키스하는 날. 보통 여자 가 남자한테 초콜렛을 준다 함.
  
처녀가 그에게 초콜렛을 주며 은근한 눈빛으로 말하길, " 오늘은 남자가 여자를 맘대로 해도 된다는 날이라던데...."  하자,
" 어, 그래?  그럼 너 우리 헛간으로 들어가자 " 하고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더라. 처녀가 부끄러운 듯 헛간 속으로 들어오자, 이 남자가 갑자기 처녀를 붙잡고서,
" 자 잡어 "  " 뭘?"   " 이 작대기중 하나를 고르란 말여"  하고는 눈치도없이 어거지로 여자를 끌고 작대기 휘두르러 가는 놈였다.

그래도 양심은 있었던지 그 처녀와 결혼했는 데 제 버릇 남주나 연신 작대기 타령이었다.
딸을 낳자 머리를 보더니 머리칼 라이가 순방향이라는 둥, 산후 조리도 안한 마누라한테 작대기들을 보자기에 싸넣고 쫓아오게 한 후  "주걱" 하고 외치면 퍼터 비슷한 주걱 모양을 갖다 바치도록 시켰다.

어느 날, 참다 못한 마누라가  또 Field로 나가려는 남편에게
" 나를 택하든지 작대기를 택하든지 해요"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잠시 눈알을 꿈벅대던 남편 왈, 

" Go Or Live, Field is calling me(가던지 살던지 난 필드로) " 하고는 '작대기여 영원하라'는 노래를 부르며 사라졌다. 이 말에서 GOLF 란 말이 생겼다한다.

각설하고, 솔직히 이런 무지막지한 운동에 늦이막히 참여하는 나도 안쓰럽긴 하다.
하지만 골프예찬한 종건이 생각과 틀린 부분도 많고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면도 극히 일부 있다. 
종건이 글을 보면 맹목적인 아가페적 사랑을 골프에 쏟던데 나는 골프가 내게 해주는 만큼만 빠질 터이다. 여자도 애 둘은 낳아야 그 맛을 안다던데 무슨 초장부터 그리 감동할꼬.  

난 금세기 들어 딱 한번 Field 나갔는데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술퍼지게 먹고 아침 일찍 나간건 그렇다 치자. 초구치는데 늘어선 관중 앞에서 삑싸리 할까봐 주눅든 건 아무 것도 아니고 한바퀴 돌 동안 마라톤 한 기억밖에 없다.

무슨 경치 감상이냐.. 캐디 눈치 보랴 동료 눈치 보랴 내 돈 써가면서 피곤한 게임은 이것밖에 없다.

골프 속담에 뭐시라 누워서 최고는 섹스요, 앉아서는 마작이요 서서는 골프라고.
내가 볼때는 누워서 최고는 만화보면서 자는 낮잠이요, 앉아서는 바둑이요, 서서는 섹스다.

이러다가 요번 목요일 골프 종강식에 참석말라 할지도 모르지만 동훈회장님 말인즉, 기철이가 출장갔기땜시 나보고 안나오면 알아서 하라고 겁주는 판국이다. 또 회장님 얘기가 내가 지를 바둑 두점 내려주면 날 골프 80대로 해 주겠다 했으니 일단 믿어 보자.

슬슬 연습하러 가야겠다. 어차피 주위 눈들이 곱지 않을 터. 삑사리 숫자라도 줄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