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전예총 기관지 <대전 예술> 2009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필자는 지난『대전예술』7월호에 "학사주점 청자를 아십니까"를 기고했던 바 있었다. 일찍이 글을 써 본적이 드물었기에 나의 부족한 글솜씨가 독자께 송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였다. 시쳇말로 "무식이 용감이다"라는 말이 어쩌면 나에게 해당하는지 모르겠다. 기고되었던 글의 내용이 우리시대 중년들의 과거정서와 대전문화역사의 한편을 상기시켜주는 컨셉이라하여 지역의 유력 인터넷 매체인 「디트뉴스24」의 지면도 타게 되었다. 졸필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동시대를 사는 중년들의 공감과 매스컴의 파급효과로 인하여 한동안 필자의 전화는 잠시도 쉴 틈이 없이 '통화중 수신'이었다. 이는 결코 필자의 필력이 아닌 우리시대 중년들의 메마른 정서, 앞만 보고 달려야하는 고독한 삶의 레이스, 가슴깊이 와 닿는 우리 세대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망의 표출이 관심을 끌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50-60년대 '보리고개'의 어려움을 겪었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해학과 사랑으로 그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했고, 암울했던 70년대 '아침이슬'과 '고래사냥'을 부르고 학사주점에서 생맥주를 마시며 우리의 삶을 달래지 않았던가?
7월호의 글로 인하여 '학사주점 청자'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청자로 상징되는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대전의 문화중심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첫 모임은 만남 공간의 협소함으로 인하여 20여명의 인원으로 제한되어 마냥 아쉬울 따름이었다. 언론에 글이 나간 후 너무도 많은 대전의 70-80년대 초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임에 동참하고자 연락이 왔다. 그중에는 필자와 인연이 있는 자도 있었으나 전혀 인연이 없는 자도 있었다. 단지 그와 대전의 과거문화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공감이 만남을 이끌은 것이다.
첫 모임은 앞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자는 공감을 이루었고, 다음 모임부터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역시 공감하였다. 과연 무엇이 이 시대의 중년들의 옛추억의 장소로 발길을 끌리게 하였을까? 아마도 대중가요인 남상규의「산포도 처녀」의 순박한 그 시절의 시골처녀, 이진관의「인생은 미완성」가사처럼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의 정서에 목마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70년대 유성으로 가는 시내버스의 안내양이 수침교 구간에서 유성은 시외라며 추가요금을 받던 추억, 지금은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바뀐 당시 일등 개봉관이었던 '시민관'과 '대전문화원' 건물,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가 생기기 전 목척교 밑에서 썰매 타던 그 시절, 대전의 유일한 백화점이었던 '부라다백화점', DJ가 있던 다방 '서린다방', 당시 고등학생의 유일한 만남 장소였던 도청앞 '승리당' 빵집, 지금은 어느 골목에나 있지만, 당시에는 드물었던 은행동 사거리의 명소 '꼬꾜영양센타' 등등 그 시절의 향수가 우리를 청자로 이끌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난번 모임의 취지가 비록 그 자리에 직접 참석은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의 가슴에는 늘 청자로 상징되는 대전의 과거 문화의 추억이 녹아있으며, 메마른 가슴 속에도 촉촉한 마음의 양식이 쌓이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다음 모임에는 그 시절의 정서에 공감하는 가수 문정선과 '4월과5월'도 기꺼이 참석한다고 한다. 우리 150만 대전 시민 모든 이의 가슴 속에 과거 대전문화가 공유된다면 이 사회는 좀 더 밝고 끈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의 졸필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데 이것이 과연 필자만의 부질없는 욕심일까?
<70년대 대전역과 목척교 사이 거리>
<현 갤러리아백화점인 70년대의 시민관과 대전문화원 건물>
유 하 용 (파랑새기획대표, 혜천대 이벤트연출과 겸임 교수)
|
|
